일명경인/ 했다하면 놀랄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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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경인/ 했다하면 놀랄 정도이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08.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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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한 일 鳴 새가 울 명 驚 놀랠 경 人 사람 인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

테니스를 친 후 한 분이 TV토론에 나오는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저 친구, 고교시절에는 어리숭하고 그리 영특하지 못해 좋은 대학도 못 갔는데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될 줄 몰랐네.”
“저도 아는 사람인데요. 실력도 엄청나고 리더십도 많은 분인데…”
“그래? 헤어진 지 30년도 넘었으니 그간 뭐가 달라도 달라졌겠지.”
“그렇지요. 제가 그 분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놀림도 많이 받고 군대에서도 굼뜨고 머리나쁘다고 기합도 많이 받았답니다. 지리산에서 우연히 한 도사를 만났는데 ‘네가 일명경인(一鳴驚人)하지 않으면 일생이 불쌍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그 후 5년을 작정하고 절에 들어가 사법고시에 도전하여 마침내 상위권으로 합격하였대요. 판사를 지내다가 적성에 맞는 교수로 자리를 옮겼는데 뜻밖에도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유명강사가 되었고, 입소문이 나 언제부터인지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 이제는 아예 고정출연자가 되었다는 겁니다.
 
사마천의《史記滑稽列傳(사기활계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王曰, 此鳥不飛則已, 一飛沖天, 不鳴則已, 一鳴驚人(왕왈, 차조불비칙이, 일비충천, 불명칙이, 일명경인) : 왕이 말하기를 ‘이 새는 날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한번 날았다 하면 높은 하늘을 뚫을 것이다. 또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리를 냈다하면 사람들이 크게 놀랄 것이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중기 제(齊)나라에 순우곤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키가 7척도 안되어 체격이 왜소하였지만 해학과 익살이 많으며 말재주가 있어 외국사신을 접대하는 것이 적격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당시 위왕이 젊은 나이에 즉위하여서인지 자만심이 가득 차 국사를 내팽개치고 매일매일 주연을 벌여 밤을 지새우며 마시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3년이 지나자 정치가 점차 혼란해진데다 다른 나라가 국경을 자주 침범하니 조정안팎이 엉망이 되고 있었다.
일부 생각이 깊은 신하들이 걱정을 하였으나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용감한 순우곤이 마침내 위험을 무릅쓰고 위왕을 직접 배알하였다. “우리나라에 큰 새가 한 마리 있는데 폐하의 궁전에 산지가 이미 삼년이 지났습니다만 날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이것이 어떤 새인지 아십니까?” 교만하고 아둔하기는 해도 짚이는 바가 있었던 위왕은 그의 이러한 말이 왕을 빗대어 자극을 주려고 한 말인 줄 깨닫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 새는 날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한번 날았다 하면 높은 하늘을 뚫을 것이다. 또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리를 냈다하면 사람들이 크게 놀랄 것이다.”
순우곤과 이런 대화를 한 후 위왕이 마침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정을 직접 살피면서 군병을 정돈하여 언제라도 출병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시작하였다. 지방순찰을 나가 잘하는 관리에게 녹봉을 올려주고 잘못하는 관리는 사형시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 나가니,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국력이 커지며 백성의 생활도 안정되어갔다. 이웃나라들이 이러한 제나라를 보고 그 위세에 눌려 함부로 넘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가로채었던 땅을 제나라에 바로 돌려주기도 하였다. 위왕이 일명경인한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평소 말이 없이 잠자코 있다가도 일단 한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면 사람을 크게 놀라게 하거나, 평소에 묵묵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해내는 경우’ 에 비유하여 썼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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