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왜 50년이 넘어도 질기게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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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왜 50년이 넘어도 질기게 유효한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1.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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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요즘, 고등학생인 아이가 기타를 치며 연습을 하는 노래다. 친구들과 노래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도전)’를 하기로 했단다. 
이 노래 제목은 ‘그 쇳물 쓰지 마라’. 2010년 9월 7일,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 직원이 작업 도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 이후, 댓글에 달린 한 편의 추모시는 1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노래가 되어, 고등학생 아이들이 부르고 있다. 노래 가사를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외치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왜 50년이 넘어도 이토록 질기게 유효한가.
민주노총과 정의당이 주축이 된 이른바 ‘전태일 3법’이 10만명 국민동의청원을 받아 국회소관 상임위에 배정되었다. 전태일 3법의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하자는 것.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580만명. 이는 전체 노동자의 4분의1 정도에 해당한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와 같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법의 권리를 누리도록,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노동자의 기준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셋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의 경영 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고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산재사망률(노동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국가들의 두 배에 달한다. 그 이유는 하청과 하도급, 비정규직 고용의 부당한 구조와 재해의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도록 용인하는 현행법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관리자는 현장의 문제를 제기할 권한이 없고, 반대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하청 또는 현장 관리자가 뒤집어쓰고, 원청 기업은 발뺌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원청 사용주의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물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것이 세 번째 내용이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모두 노동자가 될 것이다. 졸업하자마자 고용주가 되지 않는 한 말이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겨우 10%를 웃돈다. 90%의 노동자는 노동조합이 없는 무권리 상태에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에서도 최하위이다. 아이들이 동참하고 있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노래를 들으며 소름이 돋은 이유는 노래 가사 때문은 아닌 듯하다. 그 노래는 노동자로 살아갈 어린 노동자로서 선배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연대이며, 자신에게까지 현실을 물림하지 말라는 경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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