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가게] 마음이 더 ‘예쁘다 미용실’ 복흥 김정순ㆍ전동준 부부
상태바
[작은가게] 마음이 더 ‘예쁘다 미용실’ 복흥 김정순ㆍ전동준 부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1.11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사 진 것 좀 팔아줘.”
손님 덕에 날마다 장날
▲김정순ㆍ전동준 부부 뒤로 벤자민나무에 노란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있다.

복흥에 동네 사랑방인 ‘예쁘다 미용실’이 있다. 서울 미용실에서 일하고, 강의도 다니던 김정순 씨가 복흥에 귀촌해 개업한 지 31년째다. 온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복흥이 장수마을이잖아요. 연세가 있으셔도 멋쟁이 손님들이 많으세요. 서울서는 예쁘게만 하면 됐는데, 여기서는 예쁘기도 해야 하고, 오래가야 해요. 덕분에 공부한 걸 다 써먹죠.”
미용실에는 머리하러 오는 손님도 있지만, 버스 기다리다 들르고, 버스 시간표를 묻거나, 마실 오시기도 한다. 요즘은 농산물 팔아달라는 분도 계시다. 이날도 말린 토란대가 긴의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버거우시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을이니까 팔아드리는 게 당연하죠. 미용실에 들깨 없냐고 오시기도 하세요.” 날마다 장날인 셈이다. 탁자에는 남편 전동준 씨가 쪄놓은 고구마며 밤이 포슬포슬하니 맛나다. 그 많은 손님 대접은 남편이 주로 맡는다. 
“가게에 오시면 뭐라도 잡숫고 가셔야지요. 전 찌기만 했어요. 다 손님들이 갖다 주신 거예요. 혼자는 뭐든지 잘 안 먹어지잖아요.”
올해 칠순인 김정순 씨는 유행과 새로 나온 기술에 민감하다. 유튜브를 보고 세미나도 다니며 연구하고 공부한다. 천직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미용실할 거예요. 남들 예쁘게 해주는 게 얼마나 좋아요. 딸도, 사위도 미용실해요.”
밤에는 아파 쩔쩔매다가도 가게에 나오면 힘이 솟는다. 몸이 아파 미용실까지 못 오시는 손님께는 출장도 간다. 일만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요가, 게이트볼, 노래교실, 장구, 난타 등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걷기만 하는 게 좀 아쉽다.
“손님들이 ‘아프지 말고 내 머리 계속 해줘’ 하셔요. 마음이 짠해요. 손님들도 저도 오래오래 건강해야죠. 나이 들어, 가게 접으면 그때는 봉사 다니려고요.” 
김 씨에게 바람이 하나 있다면 복흥 버스 정류장에 비 가릴 곳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비 오는 대로 비 맞고, 서 계시는 거 보면 짠하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