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유엔아동협약을 다시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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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유엔아동협약을 다시 읽으며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1.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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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속을 누비는 아이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풍산초 ‘어색한 그림책 전시회’와 복흥 ‘어린이 청소년 신문’이 기대된다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들 때는 유엔아동협약을 읽는다. 
줄 쳐가며 읽는 곳은 13조다. ‘아동은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말이나 글, 예술 형태 또는 아동이 선택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경과 관계없이 모든 정보와 사상을 요청하며 주고받을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 협약은 이 권리행사에 ‘타인의 권리 또는 명성 존중’,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보건, 도덕의 보호’로만 제한을 둔다. 어른과 다름이 없다. 한 마디로 어린이는 어른과 다름없는 표현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질문이 올라온다. 아직 미성숙하고 보호를 받아야할 아이들이 어른과 같은 수준의 표현의 자유를 가져도 될까? 협약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동의 능력 발달에 맞는 방식으로 아동을 지도할 권리와 의무를 존중해야 한다.’ 
아동의 미성숙은 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능력에 맞는 방식으로’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내가 줄 긋는 또 한 대목은 30조이다. ‘인종적종교적언어적 소수자나 원주민 아동은 본인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함께 고유의 문화를 향유하고, 고유의 종교를 믿고 실천하며, 고유의 언어를 쓸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가장 가까운 공동체는 마을, ‘공동체가 회복된 마을’이다. 온전한 삶과 역사가 살아있는 마을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배움터며, 비빌 언덕이다. 하지만 농촌마을에 아이는 한 두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걸어서 만날 친구가 없는 마을에서 아이들 독자적 세계를 보장받고, 마을의 주민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이어가기는 어렵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섬처럼 떠있다. 더욱이 농촌마을이라고 해도 공동체성이 살아있기는 힘든 상황이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면, 나는 ‘회복된 마을’과 함께 ‘힘’을 꼽겠다. 스스로를 표현하고 발휘할 수 있는 힘과 권리. 스스로의 언어로, 세계를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권리 말이다. 아이들에게 회복된 마을과 힘을 주려는 노력이 순창에서도 일고 있다.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풍산초 그림책 전시 ‘어색한(어린이들의 색다른 한 권) 그림책 전시회’와 복흥어린이청소년 신문동아리를 준비하는 복흥초, 중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가정과 학교라는 담장을 넘어 마을 속을 누비는 아이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힘이 이 전시회에, 곧 나올 복흥의 신문 속에 오롯이 담길 것이다. 
책 속의 문구이기만 했던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실천하는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들께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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