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책 출간과 종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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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책 출간과 종이신문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11.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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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두지마을에서 열린 종이책 출판 기념회를 다녀왔다. 두지마을은 섬진강이 지척(咫尺)이고 섬진강물이 드나들어 비옥한 너른 들판과 아름다운 옥출산이 잘 어우러진 곳, 두승ㆍ대가리 복판에 있는 마을이다.
이날 두지마을 두레방(옛 나락 보관창고)에서 열린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 출판기념회는 여느 행사와 달리, 소탈하게 느슨하고 부드럽게 정겹고 자연스럽게 편했다. 마을 어른들이 먼저 자리를 메우시고, 옆자리를 차지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적지 않아 보기 좋았다. 마을 이야기를 ‘복작복작’하게 채운 젊은 일꾼들 움직임이 부산하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 실린 책 보러 온 손녀ㆍ손주들로 복작거렸다.
삼백오십 여쪽, 작은 책에 마을사용법, 동네 청년회ㆍ여성회ㆍ명예주민 인터뷰, 세분 여성의 구술생애사, 자전 글 ‘인생2막’ㆍ‘슬기로운 취미생활’, 시ㆍ소설ㆍ서평, 동네 명인 12분 소개글, 육아ㆍ고향ㆍ고양이 이야기 등 열 손가락 넘는 많은 사연을 담아낸 정성과 열기가 울컥한 감동을 자아냈다. 사연 하나하나, 책 만든 공력 모두 전하기 어려워 생략하지만, 종이책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는 “마을에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살아왔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 누가 누구의 비빌 언덕이 되어줄지, 계속계속 생각나서 시작했습니다. 마을책!” 꼭 읽기를 권한다.
종이신문을 만드는 사람이 작은 마을에서 펴낸 종이책 출판기념회에서 여러 생각을 했다. 기본을 돌이켜 종이신문의 핵심 요소는 ‘신속, 정확, 중립’이라 배웠는데, 이 마을 책의 핵심은 뭘까?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묵묵한 세월을 쌓아가는 것’이라니 ‘함께 농사짓고 자식 키우며 보낸 오랜 시간을 담아, 사람과 사람, 이웃과 마을을 잇는 것’인가? 마을책 펴낸이는 “평범한 사람, 평범한 마을의 기록인 마을 책을 출간하면서 이웃과 세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개개인 삶의 의미뿐만 아니라 지역성도 일깨워 우리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긍지를 높여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인터넷 ‘창궐’시대(인터넷은 못된 세력이나 전염병 따위는 아니다)에 종이 신문을 사양 산업으로 간주한다. 종이신문에 대한 자조나 조롱도 심하다. “아직도 신문 보냐”, “보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볼거나 있냐?” 조롱은 태반을 진즉 넘었고, 기자를 포함한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신문지(紙)를 만든다”고 자조한다. 이미 종이신문은 없어질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이도 많다. 그러나 종이신문은 없어지지 않는다. 정희진 박사는 종이신문은 “‘없어져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발행 부수는 적어지겠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엘리트 자본가’는 절대, 종이신문을 없애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빈부격차 ‘보다’ 무서운 현상이 지적 양극화고, 급속도로 실현되고 있다. 종이신문은 ‘아는 방법’과 ‘모르는 방법’을 가르는 중요하고 일상적인 매체”라고 규정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는 방법과 모르는 방법,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서가에서 모르던 책을 ‘꺼내 읽는 것’과 모니터에 ‘아는 책을 입력하는 것’, 후자는 이미 공부가 된(?) 것이다. 종이신문을 열람(閱覽)하는 것과 이미 누군가의 수차례 선별을 거친 온라인 기사를 읽는 것은 같은 행위가 아니다. 모니터는 내가 읽은 것이 어떤 맥락인지 알려주지 않는다.”(정희진 여성학 연구자ㆍ문학박사)
마을 사람과 마을 이야기를 담은 마을책, 마을과 마을 지역의 소식을 담은 종이 신문은 어쩜 일맥상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이다. 대형신문, 인터넷 포털을 장식하는 유명인사, 큰 뉴스는 아니지만 우리 이웃의 이야기와 소식들이 가득하다. 남이 이미 선택해 포털 상단을 점유하고 있는 인터넷 기사보다 마을책과 종이신문에 담긴 우리 이웃 이야기와 우리 지역 소식을 읽자. 지역에서 종이신문이 영원히 발행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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