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고등학교 못 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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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고등학교 못 가도 괜찮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12.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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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에는 고등학교 세 곳이 있다. 〈열린순창〉이 세 학교에 자기 학교 소개를 부탁했다.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 세 학교 소개 글과 사진을 실었다. 세 고등학교에 원고를 부탁한 배경은 사실, 따로 있다. 중학교 3학년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는 아이들 고교진학이 최대 관심사다. 내년 2월 졸업하는 아이가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지, 아이 생각은 어떠하고, 진학할 학교는 어떤지, 아이 장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과 고민이 깊을 것 같다.
그런데 군내 여중 1교와 남중 2교, 남녀공학 4교를 졸업하는 학생 가운데 일부가 순창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고 한다. 군내 중학교를 졸업하고 타지 일반고나 특성화고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을 제외해도 군내 고등학교 입학 정원보다 중학교 졸업생이 많다는 것. 여기서, 학부모 대다수가 생각하는 군내 고등학교 입학 정원에는 순창고와 제일고만 포함하고, 동계고는 제외된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우리 아이가 순창읍내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붙지 못하면 무슨 창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고교평준화지역이다. 순창군과 같은 작은 군과 시는 학교별로 시험을 치러 입학생을 뽑는 고교선발제다. 여기서 ‘우리 애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문제가 생긴다. 대학 입시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을 혁신하지 않고는 온전한 해결책은 없다.
순창고, 동계고, 제일고. 학교 소개글을 읽고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적은 무지 때문인가. 학교가 대학 서열화로 고착된 사회에서 오로지 4년제 서울 소재 대학진학률만으로 평가받기 때문인가. 여기에 옥천인재숙 소개글까지 얹혀놓으면 어찌 될까. 여러 생각에 혼란스럽고 개운하지 않다. 
교육의 목표가 미래 세대들의 능력을 지원하고 성장을 돕는 것이라면 입시제도의 목적도 그것에 맞게 바꿔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분야의 승자로 성장하는 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추구하도록 응원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오직 대학 입학만을 위한 입시 교육으로 교육현장은 황폐되었고, 교사와 학생 간에 정서적 교류와 협력할 기회를 말살했다. 요즘 학교는 학생들이 협력하며 지적 능력을 쌓는 곳이 아니고, 오직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입시기관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과 대학입시 문제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에게 가장 심각한 고통을 지우는 사회문제다. 지금의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대학교육을 향해 왜곡돼 있다. 청년기부터 국민 대부분은 대입 결과에 따른 형벌 같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학벌로 수많은 구분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때문이다.
성적이 높아야 승자고, 그 승자를 판별하는 방법이 공정한 입시라는 생각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 빠져나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모의 능력까지 결부되는 입시제도는 이미 공정하지 않다. 인공지능시대에 더 많은 객관식 지식을 머릿속에 욱여넣는 대단히 원시적인 경쟁을 지속하는 모습은 실망보다 우스꽝스러울 지경이다.
수많은 이들을 패배자로 만들고 고통을 주는 입시제도와 기득권 지키기와 다르지 않은 일류대학들을 언제까지 받들어야 할까?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아이들 능력에 맞게 교육하고, 자기 능력에 맞는 진로를 모색하면서 중ㆍ고등 공교육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야 한다. 대학입시에 매몰된 교육은 대학 진학을 위한 고통스러운 교육현장을 양산한다. 학생들이 ‘내가 왜 공부하고 있으며 장차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계획과 목표를 갖기보다 ‘내 점수로 가능한 대학 찾기에 골몰할 뿐’이다.
순창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대학입시 공부를 위한 공부만 하고 있다. 오늘 고교 소개글에 그나마 ‘옥천인재숙에 특화된 학교’라는 표현이 없어 다행이다. 입시 문제는 사회 모순이 꼬여있는 문제이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중앙에서도 지역에서도 논쟁하고 결단해야 하는 문제이다. 순창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고 순창읍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이 창피하지 않도록, 군과 교육청이 원인과 문제를 톺아보고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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