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질문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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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질문할 수 있는 권리
  • 김예진 강사
  • 승인 2020.12.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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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예진 어린이신문기자단 강사

전라북도 순창에는 지역의 소식을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순창어린이신문 기자단이 있다. 뜨거웠던 여름에 시작해 지금, 겨울까지 아이들은 지역의 계절을 몸소 느끼며 기사를 써 내려갔다. 이제 창간호가 출간되었고, 곧 2호도 나올 예정이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겨울의 순창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 
어린이기자단 아이들과 현장 취재를 나간 때의 일이다. 지역을 한 바퀴 돌면서 기사로 쓰고 싶거나, 함께 얘기해보고 싶은 것들을 찾고 있었다. 교실 밖에서의 아이들의 시선은 새로웠다. ‘새로 생겼지만, 화장실이 없어서 불편한 중앙공원, 우리 지역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한 가족이 가지고 있는 자가용 소유가 많아 보인다는 것, 중앙로에 있는 마트와 아파트단지에 있는 마트 중 누가 더 장사가 잘될까.’ 아이들의 이야기는 듣는 내내 모든 주제가 신선하고 재밌었다. 현장 취재를 하면서 내가 본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고 그걸 얘기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는 자신들이 사는 곳에 화산이 터져야만 엄마와 아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형제가 있다. 두 아이는 두 개의 기차가 스쳐 갈 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듣고 선로가 잘 보이는 곳을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 소원을 빈다. 하지만 무슨 소원을 빌었냐는 동생의 말에 형은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했어, 미안해”라고 말한다. 한 가지의 소원을 빌 수 있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족’보다 화산이 터지지 않는 ‘세계’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의 비범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기자에게 한 가지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질문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그것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언제부턴가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저 남들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중요해졌고, 질문하면 이상한 시선이 따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모름’을 인정할 줄 안다. 매 순간 질문하고 눈을 반짝인다. 1+1이 2가 되는 세상에서 태어났지만 왜 1+1이 2여야 하는지, 3일 수는 없는지 아이들은 질문할 수 있다.
어린이기자단 수업을 하면 항상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학교 교실과는 다르게 기자단 교실은 항상 시끄럽다. 선생님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계속 겹쳐져서 들려온다. 작은 세계와도 같은 지역사회를 들여다보면서 매일 새로운 소식을 찾아 나서고 우리는 그것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많은 1+1=2라는 진리를 마주하고 그것들에 질문하면서 부딪힌다.
문뜩 수업하다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 하신 “모든 상처는 글로 쓰일 때 치유될 수 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기자단 아이들은 세상 곳곳의 상처들을 찾아 나서고 그 상처의 원인을 밝히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글로 적어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익혀나간다.
아이들은 이렇듯 상처와 진리를 만나고 천천히 그리고 치열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 과정을 헤아리고 기다려준다. 이것이 우리 기자단이 길 위에서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다.
지역교육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스로 이곳에 모인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을 실어주는 것. 그리고 그 힘으로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가 자신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언젠간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아주 큰 세계를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글 : 김예진 어린이신문기자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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