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보도마저 주저하는 언론…그래도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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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도마저 주저하는 언론…그래도 지키겠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9.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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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알리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그러나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진실에 접근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진실에 다가서도 진실에 대한 믿음과 모든 불이익을 감내하려는 용기가 없다면 진실은 사장되고 만다. 단순한 사실 전달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사실이다. 언론이 진실과 만나려면 끊임없이 여러 사실을 모으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데 힘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기자는 ‘관계자’와 ‘모 인’를 즐겨 쓴다. 군청 관계자, 의회 관계자, 갑 모, 을 모 등의 말을 빌려 기사를 쓴다. 때론 익명이라는 포장 뒤에 숨어 주민들을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도 있고 기자의 알량한 동정심과 아량으로 보호를 자처하기도 한다. 때로는 기자의 게으름이 익명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가, 언론이 검증 없이 익명 보도를 남발하면 신뢰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기자의 고민은 지역적 한계에서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망설이게 되는 현상에 대한 비겁함과 옹졸함이다.
우리 지역에도 비리와 불의가 끊이지 않는다. 세상에 들어난 비리와 불의만 헤아려도 열손가락으로는 부족하다. 부정선거 비리, 인사비리, 측근비리, 공사비리, 뇌물수수 등에 급기야 ‘농민 600여명에게 지급될 몫인데 공무원들의 휴가나 회식 등에 마치 쌈짓돈처럼 쓴 것’으로 알려진 공직 비리까지 터졌다. 기자는 인권과 명예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과 아직 피의자 신분이라는 법리에 따라 익명으로 보도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그 진실과 억울함까지도 헤아릴 수 있는 일까지도 ‘나타나지 않은 사실’이라는 덫에 걸려 무미건조하게 전달한다.
공직사회 비리는 이명박 대통령도 인정한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도 ‘공무원의 뒤를 봐주고 공무원도 그의 편의를 봐준 적이 있다’니 한때 유행어였던 ‘대한민국은 비리공화국’은 지금도 유효하다. 문제는 큰 비리는 묻히고 작은 비리만 처벌되고 매도됐다는 엄연한 현상에 있다. 하긴 역대 대통령까지도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이를 찾기 쉽지 않으니 말해 뭘 하겠는가. 멀리 볼 것 없이 지난 1년 사이에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비리만 봐도 그 처벌 결과가 개운하지 않다. 선거법에 의해 낙마해도 떳떳하고 보조금을 횡령해도 태연하고 공사 비리와 관련해서 실형에 처해져도 외견상으로 지역사회 행세에 별 지장이 없다. 아니 전혀 불편하지 않게 보인다.

지난 한달 사이에도 우리 지역에서는 공직비리, 인사비리, 폭행사건 등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모두 보도되지는 않았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오해와 갈등이 원인이기에 회유와 청탁 때문에 이유나 핑계거리는 많다. 그러나 탐탁하지도 개운하지도 않다. 세상일을 모두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는 일은 보도하지도 못하지만 불의를 알고도 보도를 않게 되면 많이 괴롭다. 그나마 기자가 자위할 수 있는 사회적 통념에 크게 반하지 않는 경우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회유나 청탁과 연루되면 괴롭고 힘들어 회의마저 엄습한다. 아직 타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지만.

지난 밤, 한 특혜인사를 놓고 기자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결국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지만 아무리 부패해도 힘(?)만 있으면 대우받고, 불법ㆍ비리ㆍ부정ㆍ탈법의 백화점을 차려도 출세하면 그걸로 끝인 세태를 이제 초등학생도 ‘삶의 지혜’로 받아들일 지경이 되었다는 생각에 괴롭다.
문득 “정의를 정의하고 정의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상황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떤 정의를 요구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라는 ‘정의를 묻다’를 진행하는 한 피디의 글귀를 찾아보았지만 명쾌하지 않다. ‘그래도 지키겠다’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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