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52 순창 남계)
유등의 삼진강변 제법 너른 고수부지가 있다. 이미 이맘때쯤이면 수많은 잡초와 갈대가 너무 빽빽해져 나 같은 강태공들이나 애써 길 터가며 드나들까, 몇 년 전까지도 마냥 버려진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 풀들을 소 사료로 쓰면 좋을 걸 메뚜기들만 제 집인 양 지천이네”라며 낚시꾼 주제지만 안타깝게 생각한 때가 있었다.
얼마 전, 다시 찾은 그곳엔 갈대와 잡초 사이사이 청보리도 자리해 있고, 정성껏 베어 만든 하얀 사료뭉치가 너른 평지에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그럼 그렇지! 사료걱정에 고심 많은 축산농가의 지혜가 어디 강태공만 못할까!
아무리 세상이 변해 귀하디귀한 논에다 사람먹일 벼가 아니라 소 사료용으로 모내기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래도, 두고두고 언제나 땅은 귀한 것 아닌가! 땅 한 귀퉁이도 귀히 보는 농심(農心)이야말로, 비록 지금은 애처롭다하나 언젠간 곧 희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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