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07)/ 500자 ‘내외’라는 표현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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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107)/ 500자 ‘내외’라는 표현 적절한가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21.01.20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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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 구체적 범위 제시 못해
편리성 허용되는 일상적일 경우만 허용
엄격한 상황에는 구체적 범위 명시해야

편리하게 ‘대충 어느 정도’일 경우가 일상의 대부분이지만, ‘반드시 이 정도’이어야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에 따라 모호한 표현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외’관련, 국립국어연구원 게시판에 올라온 구체적인 사례다.

<질문1> 응시료가 5만원이나 되는 시험의 서술형 문제 조건이 300글자 내외. 500글자 내외. 150글자 내외 이런 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글자 수 OO자 내외'가 시험에 등장해버리면 너무 애매하지 않습니까? 아예 깔끔하게 500자 이내! 하면 최대한 길게 쓰면 되는데 500자 내외! 라고 하면 정확히 어느 정도가 내외인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중략)사람A는 ±100글자를 내외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사람B는 ±200글자도 내외의 기준이며, 사람C는 ±50글자가 내외의 기준이지 않겠습니까? '글자수 내외'같은 애매모호한 단어 정말 싫네요. 국립국어원에서는 '글자수 500자 내외'라고 하면 안으로, 밖으로 몇 글자까지가 내외라고 판단하시나요? 
<국립국어연구원의 답변> '내외'가 가리키는 수의 범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라고 이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질문2> 우리가 말을 쓸 때 '내외'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내외라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어느 정도나 정할 수 있을는지요?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답변> '내외'는 "약간(얼마 안 되게) 덜하거나 넘음"과 같이 뜻풀이되므로, 덜하거나 넘는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용례들을 살펴보면, '얼마 내외'와 같이 '내외'를 쓰는 경우, 덜하거나 넘는 정도가 '얼마'의 10%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국립국어연구원도 어쩔 수 없는 난제, ‘내외’라는 표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우리는 입학ㆍ취업과 시험 때문에 제한적인 분량으로 글을 써야할 경우가 많다. 만약 ‘500자 내외’를 요구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 불분명해 글을 써야하는 입장에서 괴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약간(얼마 안 되게) 덜하거나 넘도록’ 500자에 최대한 범위를 좁혀야겠지만 450~550자, 400~600자 등 과거경험에 따른 의견들이 제각각이다. 실제로 피해를 봤다는 경험담들도 상당하다.

또 원고지 60장 내외라면 50~70장인지 55~65장이 맞는지 몰라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나아가 사람을 5명 내외라 했을 때, 상식적으로 4~6명을 말한다면 15명 내외가 14명~16명인지 13~17명인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만약 화재나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보고하는 상황에 ‘내외’가 쓰인다면 단순히 혼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 문제를 맞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내신등급이 오르내리는 학교현장의 수험생들이 겪는 혼란도 마찬가지다. <기출문제> “이 시에서 사용한 갈매나무는 핵심 시어이자 객관적 상관물로 나타난 시인은 왜 다른 나무는 제쳐놓고 갈매나무를 사용했을까? 그 이유를 갈매나무의 속성을 사용하여 30자 내외로 서술하세요.” 수험생들은 20~40자인지 25~35자인지와 별개로 일단 생각대로 쓰다보면 50자가 넘을 때가 많은데, 다행히 시험시간이 남았을 때는 다행히 줄여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혹시나 감점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고들 한다. 


‘내외’ 관련, 해법은 간단하다. 일상적인 표현에 국한해 사용해야 하며, 평가를 목적으로 했을 때는 반드시 ‘구체적인 범위’를 반드시 적시해야 맞다. ‘내외’처럼 모호한 표현들이 특별한 상황에 상관없이 관행처럼 사용된다면 혼란을 넘어 불필요하게 사회적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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