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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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분의 막말’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0.07.2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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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지 않으려면 ‘막말’을 하라”고 합니다.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고 합니다. “아가리가 광주리만 해도 ‘막말’은 못한다”고도 합니다.

모두 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 하거나 속되게 말하지 말라는 뜻이며. 어떤 경우에라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경험에서 생긴 말입니다.

우화 아닌 우화

한 영감이 호장이 소집한 족장 내지는 촌장의 회합에 인사차 갔다고 합니다. 마침 그 날은 수 일전 영감에게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곁 드리는 날 이었답니다. 헌데 영감이 무엇에 기분이 상했는지 덕담은커녕 ‘칫간’ 이야기를 하면서 ‘칫간’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자가 있다며 그런 자는 고립을 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회합에 참석한 족장과 촌장들은 겉으로 표시하지는 못했지만 기분이 매우 씁쓸했다고 합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그 날은 그들을 대표하는 우두머리(?), 요새 말로 협의회장도 뽑는 날이고 그 영감말고 다른 영감의 덕담도 듣는 순서도 있었기에 더욱 더 말입니다. 물론 그 회합을 소집한 호장의 체면도 말이 아니었겠습니다.

요새말로 바꾸면 ‘영감’은 일제강점기이후 판 •검사나 군수 등을 부르는 호칭이었고, ‘호장’은 고려시대의 지방 관직으로 지금으로 치면 읍・면장 정도이고, ‘족장’과 ‘촌장’은 옛날 마을의 우두머리를 칭하니 지금으로 치면 이장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봉건군주제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민주화 이후 백성들의 세상살이는 풍요롭게 느껴집니다. 허긴 20여년 전만해도 대놓고 높은 어른을 비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는 목숨을 내놓고 상소문을 올렸고, 정부수립 이후 독재정권 때는 좌익으로 몰리기도 했지만요.

요즘을 군주시대로 착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거의 꽉 막힌 언로(말길)는 언론이라는 매체를 통해 거의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한 줄로 서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강압하는 일은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면 찔리고 어색한 것인데 그 사람이, 더구나 힘 있는 분이 대놓고 비난하면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하지만 불안에 떨 일도 아닙니다. 이제 국민이, 작게는 군민이 주인되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역사의 진실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그러한 역사적 진리를 애써 부정하는 ‘못된 힘’ 있는 계층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함께하는 공동체 만들어야 합니다.

3만 군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사회. 잘 못은 스스럼없이 비판하고 비판에 근거있으면 수용하는 사회, 사욕 아닌 공익에 헌신하는 사회. 부패와 비리에 침묵하지 않는 사회. 셀 수도 다 적을 수도 없는 밝고 건강한 지역을 만드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인이 목민관이 되고 지역주민이 그 목민관을 믿고 따르는 일이자, 주민이 사욕을 앞세우기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주민정서를 높이고 북돋아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달라도 외면하지 않는 사회, 힘 있는 자와 가깝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는 사회,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고 사회 규범에 벗어나지 않으면 정당한 대가를 거두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의 정치인이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는 평범한 주민들을 북돋아주는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정치인의 철학에 지역주민의 희망이 담겨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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