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조선의 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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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조선의 잡사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2.0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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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잡(job)사(史)
김동건ㆍ홍현성ㆍ강문종ㆍ장유승 지음 / 민음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직업을 총망라한 《조선잡사 - ‘사 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이 민음사에서 출간 되었다. 젊은 한국학 연구자들이 발굴 한 67가지의 직업은 ‘이런 일도 있었 다니?’ 하는 놀라움을 절로 불러일으 킨다. 일반적으로 조선하면 떠올리는 선비나 농사꾼이 아니라 시장, 뒷골 목, 술집, 때로는 국경에서 바다 속까지 오가며 치열하게 먹고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선잡사》는 잡(job)의 역사이 며, 잡(雜)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갖가지 직업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이다. 문명, 국 가, 민족과 같은 거대 담론이 지배하는 역사 연구에서 직업의 역사는 여 전히 잡스러운 역사인 탓이기도 하다. 조선 사람의 삶이 궁금한 일반 독자,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문화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유용할 것이 다. 직업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변화를 살핌으로써 미래의 직업을 전망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사극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전할 때 말을 달리는 묘사가 많지만, 실제 조선에서 말은 무척 비싸고 귀한 몸이 었다. 전쟁에 쓰이고 조공으로 바치느라 늘 부족한 말 대신 결국 ‘몸값이 싼’ 사람이 달렸다. 사람은 말보다 빨 리 달리지 못하지만, 오래 달릴 수는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산과 강이 많은 지형에서는 사람이 말보다 낫다. 〈세종실록〉에 잘 달리는 무사를 변방 고을에 번갈아 배치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변방의 급보를 신속히 전하기 위해서였다. 조선 조정은 호환(虎患) 을 막기 위해 일찍부터 많은 정책을 시행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착호갑사 (捉虎甲士)와 착호인이었다. 착호갑사는 서울, 착호인은 지방에서 호환을 방비했다. 군인이 활과 창을 들고 외적과 싸웠다면 착호갑사는 호랑이와 싸웠다. 착호갑사는 말 그대로 호랑이 잡는 특수 부대였다.

냇가에서 사람을 업어다 건네준 월 천꾼, 기근ㆍ질병 등으로 길에서 죽은 시신을 묻어 준 매골승(埋骨僧), 군대 를 대신 가는 아르바이트인 대립군 (代立軍) 등 조선의 ‘극한 직업’은 당시의 사회 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직업의 정확한 실상을 문헌 근거와 함께 들 여다보며, 그러한 일들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찬찬히 살핀다. 함께 수록한 컬러 도판은 생생 한 이해를 돕는다.

조선 여성들이 집안일만 했으리라 는 선입견을 바로잡는 1부 ‘일하는 여성들’로 시작하는 《조선잡사》는 ‘극한 직업’, ‘예술의 세계’, ‘기술자 들’, ‘불법과 합법 사이’, ‘조선의 전 문직’, ‘사농공상’까지 총 7부로 엮었 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직업도 있고, 거의 똑같은 형태로 남아 있는 직업 도 있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은 먹 고사는 일을 둘러싼 보람 또는 애환이다. 어렵고 험난한 ‘업’을 이어가는 모든 직업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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