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엘리트 정치 아닌, 당사자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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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엘리트 정치 아닌, 당사자 정치를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3.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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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일에 실시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열기가 뜨겁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도 전국적으로 치러진다. 특히 임기만료일 30일전에 치르는 지방동시선거는 도지사시장군수지방의원교육감 등을 뽑는 선거다.

4, 5년 만에 한 번씩 겪는 풍경이지만, 우리는 선거공보물이 집에 오면 각 후보들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얼마나 화려한 경력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고 감탄한다. 정치가 엘리트의 전유물이라는 것에 특별히 반발심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물며 우리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가 반장을 하는 것을 겨울은 추운 계절이라는 진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물론 인간에게는 능력 차이가 존재한다.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지만, 학문적 능력이나 사회지도적 능력에서도 그런 차이는 존재한다.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1명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다수결로 어려운 수학 문제 해답을 결정할 수 없는 것도 개인의 능력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엘리트주의, 소수의 엘리트가 사회지도층이 되어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상황에 우리는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엘리트를 과거 귀족처럼 고정불변의 존재로 인정하고, 엘리트가 대중을 멋대로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게 엘리트주의다. 엘리트가 민중을 지도하는 것을 지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 정치의 효용은 이미 수명을 다한 지 오래다. 우리는 이미 30년 전부터 군사독재나 민주화 같은 공동의 적이나 공동 목표를 상실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김대중문익환백기완 같은 명망가들이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시대도 아니다. 이제 국민의 정치적 욕구는 세분화되었고, 그래서 소수 엘리트 집단이 절대로 충족시킬 수 없을 수준에 이르렀다.

해외로부터도 찬사가 이어졌던 지난 수백 수천만이 참여한 촛불혁명은 기적이었지만 촛불로 전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온전히 국민의 힘이었다. 눈치만 보던 정치 엘리트들을 결단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깨어있는 국민의 숫자였다.

국어사전에는 당사자어떤 일이나 사건에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 풀이 돼 있다. 그리고 당사자의 반대말은 3라 되어 있다. 그러니까 엘리트 정치는 지지자 정치, ‘3자 정치,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는 당사자 정치라 할 수 있다.

여러모로 엘리트 정치는 도태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데도 당사자 정치는 아직도 요원하다. 하물며 풀뿌리 민주 정치를 실현하고 권력 통제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실시한 지방자치제도도 변질되고 있다. 주민자치보다는 지방 관치가 되고 있으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토호기득권 세력에 대한 보답 차원의 엽관제(猟官制)가 횡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방동시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의 역량을 검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남긴 어록처럼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고, 불의와 부조리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야 한다.

당사자의 정치운동 없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의 억울함을 알지 못하며, 아무도 우리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백성을 애민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세종대왕이나,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상으로 대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성군의 출현을 언제까지 고대할 것인가? 엘리트주의라는 늪에서 발을 빼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없다. 군민 모두가 비판적 안목으로 감시하고 비판하자. 이제 당사자의 정치를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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