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충서 미르전파상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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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충서 미르전파상 주인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5.1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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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입신고 대자보’ 보셨나요?

 

순창이 참 좋다는 대자보

지난 36, 유리창에 붙은 대자보 한 장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대자보는 순창군 전입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안녕하세요. 미르전파상입니다. 일 때문에 순창에 자주 내려오다 보니 이곳이 너무나 맘에 들고 정착하게끔 저를 이끌더군요. 자신도 모르게 여러분들의 이웃이 되어 있더군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려 합니다. 불 꺼져 있던 집에 어느 날 갑자기 불이 켜져 있고 움직임이 보이니 궁금하셨죠?

관심 가져 주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려면 오래 걸릴 테니 최소한이 준비되면 그때 시작할게요. 이웃이 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구요.

순창이 참 좋다. 辛丑年 정월 대보름 미르전파상 황충서 올림

 

15일 후 다른 대자보

15일이 지난 321, 다른 대자보 한 장에 다시 걸음을 멈췄다.

알립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ㅎㅎ 순창에 온 지 한 달도 넘게 준비보다는 이웃이 되기 위해 친해지는 과정의 시간이었네요. 타지에서 온 이방인에게 따뜻한 말 건넨,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웃 여러분들께 그리고 그동안 저희 집을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미약하나마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건강을 빌고 모두의 2021년을 응원 드립니다.

꽃이 펴기 시작하는 春三月입니다. 이제 첫걸음을 떼겠습니다. 부족하면 노력하고. 넘치면 나누겠습니다. 辛丑年 春分(2021. 3. 20.) 그날 뵙겠습니다.

정성을 담아 미르전파상 황충서 올림.”

 

순창 오면 마음이 너무 편해

지난 17일 오후 순창읍시장 군내버스터미널 부근에 자리한 전파상에서 황충서(45) 씨를 만났다. 지난 36일 첫인사을 간단히 나눈 후 두 달 만이었다.

황 씨는 “128일 순창군에 전입신고를 했다순창이 정말 좋다고 첫 마디를 뗐다. 그가 건넨 명함의 직장 주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잡한 곳 중 하나인 서울시 강남구였다. 순창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상에서 작년 65일부터 기계가 움직이게 하는 자동제어 관련 일을 했어요. 실은 제가 버림을 받았어요. 회사에서 일하라고 저를 그냥 순창에다 내려놓고 갔어요. 일하다가 서울에 올라가면 답답한데 여기만 오면 마음이 너무 편해지는 거예요. 하하하.”

순창군민으로 생활한 지 막 100일이 지난 황 대표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그 전에 일할 때는 순창 모텔에서 머물며 다미식당에서 자주 밥을 먹었다면서 전파상이 시장통에 있어서 시장 상인들과도 어느새 많이 친해졌다고 밝게 웃었다.

대자보를 붙이게 된 계기를 묻자 황 대표는 제가 평소에 글 쓰는 걸 재미있어 한다시장 쌀집 아저씨가 사람들이 여기(전파상)가 뭐 하는 곳인지 자꾸 기웃기웃하니까 뭐라도 좀 해 보라고 하셔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3살 때 경기도로 이사한 후 8살 때부터 서울에서 생활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는 37년간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연고 없는 순창으로 혈혈단신 이주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것도 많이 버리고 내려왔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황충서 대표가 직접 손 글씨로 쓴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붙어있다.
황충서 대표가 직접 손 글씨로 쓴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붙어있다.

순창 오니 경쟁이 의미 없어

그는 순창에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쟁이 없고, 느림의 미학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타려면 놓치지 않으려고 빨리 걸어야 해요. 지하철 도착 소리가 들리면 뛰기도 하고, 사람이 많으면 다음 차를 기다려야 하죠. 걷는 것 하나도 경쟁이에요. 매 순간순간이 경쟁이고 뭔가에 계속 쫓기죠. 순창에 오니 그런 경쟁이 의미가 없더라고요. 만나는 주민마다 뭐든지 있는 것 나눠주려고 하시고. 푸근해요, 그냥.”

그는 대화 중간 중간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순창 생활의 만족이 담겨 있었다.

고민은 있을까. 그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생각보다 손님이 안 오시긴 해요. 하하하. 간판은 전파상이지만 고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고쳐 드립니다. 사람 마음도요. 이곳은 사랑방이니까 지나실 때 부담 없이 들리세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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