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향우회장 역임한 ‘애향인’
2차례 올림픽 유도대표팀 단장
순창 출신인 원로배우 윤양하(본명 윤병규)씨가 지난 4일 오후 8시께(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지난 13일 전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1940년 순창읍에서 태어났다. 순창농고(현 순창제일고) 재학 시절 순창군 씨름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등 건장한 청년은 유도대학(현 용인대)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중인 1964년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서울 충무로 한국배우전문학원에 다니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이때 김수용 감독과 연을 맺어 영화계에 데뷔했다. 김수용 감독은 “배우의 감정은 마르지 않는 좋은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는 뜻에서 ‘좋은 강물’ 양하(良河)라는 예명을 지어줬다.
영화 230여 편에 출연했다. 1967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산불〉 단역을 거쳐 같은 해 김 감독의 작품 〈빙점〉에서 조연을 맡으며 데뷔했다. 당시 톱스타 남정임의 상대역으로 출연 비중은 작았으나 다부진 체격에 짙은 눈썹의 호남형 매력이 돋보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검객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주연급 스타로 올라섰다. 〈월하의 검〉ㆍ〈필살의 검〉ㆍ〈내장성 대복수〉 등 검객영화 20여 편에서 주연을 맡았다.
1970년대 이후에는 조연 배우로 토속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ㆍ〈물레방아〉, 역사물 〈악인의 계곡〉, 전쟁영화 〈일송정 푸른 솔은〉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다.
1971년 임권택 감독의 작품〈원한의 두 꼽추〉를 시작으로 〈만다라〉ㆍ〈아벤고 공수군단〉ㆍ〈씨받이〉 등 20여편에 출연했다.
원로 영화배우 한지일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거장 임권택 감독님께서 무척 아꼈던 선배 배우”라 추모했다.
고인은 폭넓은 대인관계로 배우 신성일ㆍ독고성ㆍ황승호, 가수 박일남, 아나운서이자 국회의원이었던 변웅전 씨 등 연예계 선배ㆍ동료들과 돈독한 관계였다.
한국영화배우협회 24대 회장, 재경순창군향우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6년 순창ㆍ임실 지역구에서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뒤론 체육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때 유도대표팀 단장을 맡았다.
유족은 부인 서성미 씨와 배우인 장남 윤태웅, 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인 차남 윤세웅이 있다.〈얼굴〉이라는 노래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윤연선은 고인의 여동생이다.
장례식은 지난 13일,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함께하는 교회’(목사 이승희)에서 동료 영화배우 이대근, 이구순, 원미경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