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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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0.05 18: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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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의 꽃은 자치권이에요”
순창여중 최순삼 교장실에는 학생 한 명 한 명 모든 학생 사진이 붙어있다.

 

순창여자중학교 교장실 벽면에는 전교생 한 명 한 명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다. 사진 속 모든 학생의 표정은 앙증 맞고 과장됐다. 10대 여학생끼리 장난치며 주고받을 만한 사진을 교장실에 붙인 주인공은 최순삼 교장이다.

최순삼 교장을 처음 만난 건 지난 129일이었다. 당시 순창여자중학교 후문 쪽에 걸려있던 한국은 5면이 바다이죠, 동해, 서해, 남해, 선배님들 사랑해! 그리고 졸업을 축하해!”라는 현수막에 호기심이 동해 취재하면서였다.

그 때 만난 학생들은 “‘5해 현수막을 학생회 이름으로 교문에 걸 수 있었던 건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장실에 걸린 전교생 사진은 학생들에게도 화제 거리였다. 박은혜(3학년) 학생회장은 작년에 교장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부임하셔서 학생들 사진을 처음 붙이셨다고 말했다.

첫 만남 이후 최 교장을 수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최 교장은 팔덕 광암리 태자마을에서 태어나, 팔덕초순창북중순창고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를 나와서 1988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쌍치중, 순창중, 복흥중 등 군내 학교에서 116개월을 근무했다. 그는 정년을 4년 남겨둔 지난해 전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에서 다시 순창여중으로 발령을 받았다. 다음은 지난달 6일 교장실에서 최 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교장실에 전교생 사진을 붙인 이유

 

교장실에 학생들 사진을 붙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김승환 전북교육감 체제가 출범할 때, 제가 전라북도교육청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년 간 근무했어요(순창교육지원청 6개월 근무 포함). 그 때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받고 학교가 즐겁고 행복한 곳이 되려면 학생들이 권리의 주체’, ‘배움의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당시 진보교육감의 중요한 담론이 학생인권문제였어요.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서 2년여에 걸쳐 수많은 공청회를 열고 학생들과도 수 없이 대화를 했죠. 1년을 준비하여 이사를 가게 된 초등학교에 전라북도학생인권교육센터도 개원했죠. 학교의 중심은 학생들이어야 하죠. 학교장부터 학생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얼굴과 이름을 아는 게 기본이어서 학생들 사진을 교장실에 붙였죠.”

자유분방한 사진을 붙였는데.

학생들의 잠재능력은 대부분 친구들이나 교사들과 관계 속에서 발현된다고 봐요. 당장 학부모님들이나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학생들의 잠재능력이나 고유 특성, 그 학생이 처한 환경 같은 걸 알아야 하는데 막상 학생 얼굴이 딱 떠오르질 않는 거예요. 학생 사진을 보면 학부모님들과 조금 더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죠. 그런 좋은 점이 있어요. 증명사진보다 개성이 드러나는 사진을 보니까 더욱 좋고요.”

학교 현관문 안쪽에 그림으로 붙어있는 학생들 꿈을 보면 정말 다양하다. 학생들이 그만큼 순수한 건지, 남들 시선을 의식 안 하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건지.

작년에 저도 순창여중에 와서 같은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한테 진로 관련 자료와 내용을 다양하게 열어주면서 교육을 했구나, 그런 것들을 느꼈죠. 학생들이 진로나 진학 관련해서 자기 의견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하죠. 자기 말을 할 줄 알아야 사는 힘이 생기죠.

사실 부모님과 학생하고 간격이 있거든요.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좀 더 수용해주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인생이 행복하고 풍부해 질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믿음과 신뢰가 중요

 

바람직한 학생관은 어떤 것인가.

학교구성원들이 학생을 배움의 주체’, ‘권리의 주체로 바라봐야 합니다.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갖는 학생관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 본 경험들이 많은 학생들은 나중에 자기 삶과 자기 자신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그런 힘이 생기는 거죠. 민주시민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힘이 생기고요.

의견들이 다르겠지만, 저는 한 학생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독립해서 자신의 인생을 풀어가면 교육은 성공했다고 봐요.”

코로나 시국으로 교육 여건이나 환경, 학력격차 등에 대한 논의가 많다.

학교 교실에서는 선생님들이 충분히 설명도 하고 어떤 학생이 수업을 못 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원격 수업은 가정환경의 차이에 따라 격차가 생겨요. 특히 대도시는 등교를 못했기 때문에 학교 전체 학생들을 보면 문제가 되죠. 경제적 여력이 있는 학생들은 과외나 학원 등에서 학교 교육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학력 격차가 더 벌어져요.

반면에 우리 순창 같이 시골 농촌 학교는 작년 5월부터 전체 등교를 계속해서 고루고루 교육을 할 수 있었죠. 도시의 큰 학교들에 비해서 오히려 교육환경이 학생들에게는 더 좋았다고 봐야죠.”

최 교장은 이 대목에서 순창여중 학생들의 기초기본학습 능력이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구성원들이 운동부처럼 학습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추가로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수업 이외에 교육하려면 예산과 인력의 문제가 있지 않나. 학교장의 의지로 가능한가.

예산과 인력도 중요하지만 저를 포함한 교직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가장 중요하죠. 그게 1차죠. 학생들이 왜 기초기본학습 능력이 떨어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있거든요. 가정에서의 문제, 개인적으로 타고난 문제, 초등학교 때 결손이 될 수 있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가, 그 학생이 지닌 문제에는 내막이 있거든요.

사실은 애정을 갖고 보면 담임선생님이나 교과 선생님이 잘 알 수 있죠 1차적으로 교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죠. 저부터 시작해서 현실에서는 참 어렵죠. 정말 쉽지 않아요. 출발은 어쨌든 학생들과의 관계부터 풀려야 하니까.”

순창여중 교장실에 붙어 있는 전교 학생 사진들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제정, 주요 역할 맡아

최 교장은 대화 내내 교육철학과 학생관을 분명하게 못 박았다. 그는 학생인권의 꽃은 자치권이라고 단언하며 자기들이 관련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서 성장하고, 또 그걸 통해서 스스로의 삶을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그게 학생들이 갖는 최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장은 전북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를 차분하게 돌아봤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당시인 2012년과 2013년에 계속 토론했죠. 학생인권조례가 처음에는 도의회에서 부결됐어요. 학생들에게 권리를 주면 학교 교육 활동을 더 어렵게 하는 게 아니냐 그런 우려가 컸죠.

아이들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요. 권리를 먼저 주고 책임을 갖게 한 교육이 없었거든요. 저는 2014년부터 한 해 40개 중고등학교에 500만원씩 편성해서 학생회실 예산부터 지원했어요.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시간, 예산, 3가지를 교육감님한테 말씀드리고 먼저 진행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에 학생자치실이 있어요. 자치활동에 학교 예산의 1%를 의무적으로 편성하고 있고요.”

학생인권에서 자치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어요. 모든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이죠. 거꾸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인생이나 미래, 진로 이런 것들에 대한 더 많은 탐색과 자기결정권 행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거죠.

학부모와 교원들이 내가 살아왔던 시대대로 학생들이 살면 될 거라는 판단이 학생들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가,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죠. 불확실성을 깨고 가는 데는 학생들의 자치권이 중요해요. 스스로 결정하고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좋은 대학에 가면 인재입니까?”

 

순창 교육에서 옥천인재숙 문제는 동전의 양면인 것 같다.

옥천인재숙이 2003년부터 시작했을 거예요. 거의 18년 됐거든요. 인재숙이 갖고 있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고 보는데요. 그간의 교육 환경과 사회 환경은 엄청 많이 변했어요.

근본적으로 교육적 관점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차별화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학생들 모두, 한 아이 한 아이 모두 소중하잖아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학생들부터 인재숙에 다니는 아이와 안 다니는 아이의 차별에 대해서는 교육적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정말 슬픈 일이죠.

교육적인 차별에서 나오는 누적된 문제들에 대해서 이제는 공론화하고, 공개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참여해서 평가하는 그런 과정이.”

최 교장은 교육 차별을 이야기하며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교육의 최고 병폐가 뭡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병폐는 입학하는 학교가 학벌이라는 거예요. 어떤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구조가, 공부는 입학하는 대학교만 결정되면 끝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인재라고 하는데 인재라는 용어는, 용어의 오염이라고 봐요. 용어의 오염. 교육에서는 인재를 정말로 포괄적으로 넓게 보고 다양하게 봐야 해요. 학생들의 인생을 위해서도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 교장은 2년 반이 지나면 정년을 맞는다. 그는 고향 순창에서 교직을 내려놓을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 내내 심사숙고하면서 교육 전반을 조목조목 짚었다. 최 교장은 고향 순창에 대한 걱정과 대안으로 말을 맺었다.

순창이 20~30년 후에도 계속 지속 가능할 것인가? 일자리, 복지, 문화관광 이런 곳에도 힘을 쏟아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순창의 역사, 문화, 교육적인 힘 이런 것들에 대한 아주 실천적인 연구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합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해야죠. 정말로 이건 내 문제고, 내가 살아온 고향이 없어지고, 부모님과 아이들의 삶터가 없어진다는 절박함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자라나는 세대나, 청년들이 쉽게 접하고 배우면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죠. 부족하나마 저도 도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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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재 2021-10-06 19:14:28
한결같은 아이들 사랑
형의 교육철학에 존경을 표하네
아버지 엄마가 흐뭇하시겠네..♡♡

임현락 2021-10-06 11:19:40
잘 읽었습니다.좋은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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