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미 전여농 전북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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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미 전여농 전북연합 회장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0.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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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행복한 살맛나는 농촌을 만드는 꿈”
기획 ‘10ㆍ15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
오은미 회장(전국여농연 전북연합)

 

‘1015은 국제연합(유엔UN)이 제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이다. 유엔은 여성농업인의 삶과 지위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날을 앞둔 지난 11일 오전 군내 한 찻집에서 오은미 회장(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연합)을 만나 여성농업인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오 회장은 군민으로서 순창군여성농민회에 대한 자부심부터 풀어놓았다.

전북여성농민회는 전국 농민회 중에서도 처음으로 창립을 했고, 시골 단위에서는 순창이 제일 먼저 깃발을 올렸죠. 여성농민들이 농촌에서 인원도 많고 비중이 크지만 사회적 지위나 위상들은 제대로 인정과 대접을 못 받는 상태였어요. 지금까지 30년 넘게 여성농민회 활동들을 해왔는데 농촌에서는 지금도 여성은 하나의 보조적 수단이에요. 임신, 출산, 집안 살림, 농사일, 사회 활동 등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들이 최소한 15역을 담당하고 있는 데도요.”

 

순창여성농민회, 시골단위 전국 최초

오 회장이 순창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 1992년이다. 남편 최형권 씨를 전주에서 만난 게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 순창군농민회에서 최형권, 이선형 이 두 분을 빼 놓을 수 없죠. 자기 삶을 농민운동에 투신했어요. 그냥 삶을 바쳤으니까 저는 그 부분이 너무 존경스러웠거든요. 순창군여성농민회도 그런 힘이 뒷받침돼 시골단위에서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거죠.”

올해 전여농 전북연합은 순창과 익산에서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사업을 벌였다. 전국 8개 단위 중 전북에서 2곳이 선정돼 진행했다. 전북연합과 순창여농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여성농업인 사업은 군내 50여 개 마을에서 이뤄졌고, 연말까지 총 60개 마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여성농업인 사업은 전문 강사가 마을을 직접 방문해서 여성농민 지원 정책과 각종 농기구와 편이 장비 소개사용법 실습 등을 지원한다.

오 회장은 전북연합이 진행한 여성농업인 정책한마당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930일부터 101일까지 부안에서 정책한마당을 했어요. 코로나로 인해 100명 이하로 제한했는데 90명이 넘게 참여하셨어요. 여성농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일들을 짜임새 있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그 동안 만들어왔던 여성농민회 30년이, 그냥 30년이 아니고 몸부림치면서 절박함과 치열함 속에서 힘을 모아 하나하나 만들어왔던 거라 모두들 애정과 당당함이 있거든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할 수 있겠다라고 자신감을 얻은,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전여농 전북연합은 순창과 익산에서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사업’을 벌였다.

 

농민의 절박한 현장 목소리 들어야

오 회장은 전북연합 회장을 올해 처음 맡았다. 이전 회장이 전여농 회장으로 가면서 공석이 된 전북연합 회장의 남은 임기 1년을 떠맡게 됐다. 회장으로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 물었다.

사람이죠. 재생산이 안 되잖아요. 활동가가. 여성농민회 회원들도. 저희들은 거의 고령이시죠. 기존의 회원들이 보면 칠십, 팔십 기본이시고, 또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나 돈이나 이런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 게 있어요. 하지만 회원들은 되게 보람을 많이 느끼세요. 활동가들이 계속 줄어드는 게 가장 힘들지만. 젊은 분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전여농 측은 내년에 다시 시작되는 2년 임기 전북연합 회장을 오 회장이 계속 맡길 원한다고 한다.

농민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 청소년, 어린이, 여성 등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죠. 또 그런 분들이 저희한테 오세요. 다른 데 가서 하소연을 해도 귓등으로 듣는 것 같은데, 제대로 들어주질 않으니까. 구체적인 예로, 농민수당 문제로 우리가 전북도와 계속 싸우고 있잖아요.”

 

농촌 삶 자체가 한 분 한 분 소중

오 회장은 대화 중간 중간 울컥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실제로 눈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기도 했다.

처절하고 치열하고 그러면서도 그 속에 웃음이 있어요. 하하하하. 자부심과 당당함이 있으니까, 누가 뭐라 해도 우린 여성농민이다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요. 우리가 농사짓고 살아가는 게 내가, 우리가 못 배우고 팔자가 사나워서그런 게 아니라, 농업과 농민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런 걸 같이 합시다이야기 하다가도, 노래하다가도 정말 울컥울컥 할 때가 많죠. 어머님들 그런 모습엔 공감대가 있으니까 서로 보면서 우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

오 회장의 웃음소리에 눈물이 번졌다. 땅은 진실하지만 그 진실 속에는 노동의 고단함이 숨겨져 있듯, 짠 눈물 속에도 찐득한 진심이 담겼으리라. 오 회장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한 분 한 분 소중해요. ‘그냥 내 팔자소관이나, ‘내 무식의 소치라고 그러시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농민들이 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밥 세끼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고마움을 사회가 너무 몰라주죠.”

오 회장과 함께 거닐며 순창읍 장터에서 만난 많은 주민들은 오 회장을 알은체 했다. 오 회장을 알아본 주민들은 기자에게 한목소리로 그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저렇게 희생하시고 봉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여기 농민들은 다 알제. 을매나 우리덜 위해 애 쓰는지.”

흐르는 눈물을 닦다가 이내 웃고, 또 울컥하길 반복하던 오 회장.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농민이 행복하고,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에요. 우리가 통일시대도 대비해야 하잖아요. 기후위기도 그렇고, 농업이 중요하거든요. 힘들지만, 계속 짓밟혀도 우린 죽을 수가 없어요. 하하하하. 제가 이 시대에 해야 할 몫이고, 감사하게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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