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선거판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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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선거판 '도가니'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10.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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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선거판에서 주민이 위임한 권리를 놓고 사고팔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원망과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

공지영 작가가 실화소설 <도가니>를 쓴 동기가 됐다는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가해자)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는 기사 한 줄이 “지방선거에 출마한 그들의 추잡한 음모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순창은 보통 군민들이 내는 참기 어려운 분노로 가득 찼다”로 바꿔 들리는 이 현상은 나만의 환청일까.
영화 <도가니>는 2000~2004년 광주광역시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7~22살 청각ㆍ지적장애 학생들에 대한 교장과 교직원들의 성폭행 실화를 다룬 소설 <도가니>가 원작이다. 영화와 소설 속의 안개가 자욱한 지방도시 ‘무진’은 지금의 ‘순창’이다. 그 영화 무진시의 학원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비명 소리’는 우리 고장 추잡한 선거판에서 들려오는 ‘한탄 소리’와 다르지 않다.
소설 <도가니> 속 아이들을 돕던 교사는 이 싸움을 마지막까지 하지 않고 야반도주하듯 떠나지만 영화 속 교사는 원작소설과는 달리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가며 감춰진 진실을 고발한다. 수년전 인근 광주에서 말 못하는 아이들이 수화로 전하고 싶었던 진실과 분노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교사들과 법조인들과 다른 용기 있는 사람이 되라는 외침이다. 지금 우리 고장 순창에서 필요한 용기다.
영화 <도가니>에서 무자비한 어른들의 힘에 눌려 몹쓸 짓을 당하던 아이들의 모습, 그 아이들의 소망이 추잡한 사회 권력에 의해 상처받던 광경, 돈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가해자들, 이를 둘러싼 변호사ㆍ판사ㆍ검찰 등 권력의 추악함을 오늘 우리는 순창군수 재선거판에서 목도한다. 그러나 그 영화에서 수화로 진실을 진술하던 아이들처럼 우리들도 용기를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정의ㆍ자유ㆍ평등ㆍ평화 등의 고상한 가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차의 정당성이다. 절차와 결과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결과가 무엇이든 그 과정이 정당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와 과정이야 어찌됐던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의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는 과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절차의 정당성을 도외시 해왔다. 국가와 사회가 기관과 회사가 단체와 개인이 성과 우선주의를 장려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뼈저린 가난도 잔혹했던 탄압도 사라진 지 오래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제 독재가 없다. 독재자는 더욱 없어야 한다.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덮고 넘어갈 수 있었던 독재시대도 아니다. 지금까지도 결과가 좋으면 잘못이 확실해도 덮어버릴 수 있다는 ‘내 편’ 의식과 내편으로 만들면 된다는 독재적 잔재가 남아있다면, 오늘 우리 지역의 현상은 남 탓만 할 일이 아니다.

가치관은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절차의 정당성은 언제나 지켜져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 정상적인 사고로 무시할 이유나 명분이 있는가. 절차의 정당성이 사법기관의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인 이유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결국은 거부했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측에도, 나는 험악한 제안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모르쇠 하는 측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이 많은 갈등과 오해가 모두 절차의 정당성 없이 사욕에 눈이 어두워 생긴 일이다. 역사 속에서 현실 속에서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생각하는 부도덕하고 부조리한 독선과 이기가 판을 치고 있어 생긴 일이다. 바라보면 빠져나올 구멍만 생각하지 진심어린 반성이 없다. 영화 <도가니>의 상습 가해자가 그랬듯이 못된 권력을 이미 가진 자들에게는 반성보다는 억지를 앞세워서라도 거대한 결과만 쟁취하려고 혈안이다. 하지만 결과는 한 번에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유한한 인생살이에도 수차례 수십 차례 점철되는 결과가 있고 인생을 마치면 남아 살아 있는 자들의 평가가 있다.
바라건대 절차의 정당성이 <도가니> 같지 않다면 먼저 참회하고 진실을 밝혀 죄 있으면 의법 조치하고 정말 잘못이 없으면 있는 자를 찾아 처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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