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만화영화 '태일이'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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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만화영화 '태일이'를 추천드립니다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2.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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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노동3(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권리가 노동자나 노동조합만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노동3권이 침해되고 파업이 불가능한 나라는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마저 탄압하는 전체주의 국가에 가깝습니다. 그 피해자는 노동자나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오늘날 누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부는 결코 특정 정치인이나 몇몇 기업들의 덕이 아닙니다. 열악한 근로환경에 청춘을 갈아 넣으며, 부단히 처우를 개선하고 권리를 관철한 수많은 근로자의 피와 눈물의 결과입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51년 전인 19701113일 피맺힌 절규가 하늘을 갈랐습니다.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스물두 살 노동자 전태일은 암울한 노동현실에 맞서 결연히 자신의 몸을 불살랐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절절한 외침은 거센 파도가 돼 퍼졌고 많은 이들이 그 울림에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1971년에 태어난 저는 전태일 열사의 존재를 스무 살 무렵에 알았습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 그 암울했던 독재 시대에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라고 몸을 불살랐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1990년 초중반 대학을 다니며 접했던 전태일 열사의 생애는 그 이후 제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이 흘러 전태일의 생애에 대해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인터뷰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서는 특별기획 취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만화영화 <태일이>를 순창읍 작은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데 지인이 영화관에 빈자리가 많으니 와서 함께 보자고 연락을 해 와서 바로 컴퓨터를 끄고 달려갔습니다. 영화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잔잔한 감동을 줬습니다. 오래 전 옛 이야기가 돼 버렸습니다만, 지금의 청소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저는 배우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박철민, 권해효 등 유명인이 등장인물에 목소리를 입혀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만, 사실 목소리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고 사망한 이후 빈소를 지키던 이소선 어머니를 찾아뵈며 전태일 열사와 인연을 시작한 윤조덕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1970년 당시 스무 살로 전태일 열사보다 두 살 어렸던 그는 전태일 열사의 집을 찾아가곤 했던 기억을 이렇게 들려줬습니다.

서울 창동집이라고, 이소선 어머님이 사시던 판잣집이 있었어. 최종인, 이승철, 임현재 등 전태일 열사의 친구들 네댓 명도 그곳에서 함께 살았지. 통행금지가 있을 때여서 나도 가끔 자고 왔지. 나는 흔히 말하는 '학삐리'였지만 전태일 열사의 가족,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동지의식이 생겨났어. 그렇게 모여 이소선 어머님 위로도 해드리고, 열사 친구들과 노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어.”

현재 사단법인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계신 청년 윤조덕의 삶은 전태일 열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완전히 바뀝니다. 평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하게 된 겁니다. 자신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둘째 동생에게 전태일의 동생 과외를 시키게 하고, 셋째 동생은 전태일 문학상을 처음 제정시행하게 하고, 막내 여동생은 평화시장 보조(시다)로 노동자 경험을 쌓게 안내합니다. 윤조덕 원장 4남매 이야기도 극적입니다만, 주변을 살펴보면 전태일 열사의 영향을 받은 이가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저를 극장으로 불러냈던 이는 인생 후배입니다. 나이 어린 후배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는데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암울한 시대를 버티며 살아온 우리네 부모님과, 암울한 시대에 맞서 전태일 열사와 함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이들의 고뇌와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아픈 내용이지만, 영상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태일이>는 만화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를 히트시킨 명필름2번째 만화영화입니다. 전문가들이 풍부한 감성과 함께 영상을 잘 다듬어 만들었습니다. 2021년 오늘을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태일이>를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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