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9)고추장으로 만든 빵, 맛있는 팥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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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구(9)고추장으로 만든 빵, 맛있는 팥빵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2.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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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만드는 이영훈 대표

 

어릴 때 빵은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ㅇㅇ제과에서 사먹었었다. 지금도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빵집은 여전히 존재하고 순창에도 여러 빵집이 있지만 그 중에 고추장을 넣어 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다. 나는 고추장빵이라는 생소한 빵의 맛이 궁금하여 그 빵집 미호 베이커리를 방문했다.

오후 2시 정도 되는 시간에 방문하니 매장은 한산했고, 이영훈 대표(46)가 직접 빵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방문 목적을 얘기하고 방해가 안 되면 만드는 과정을 보며 취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이 대표는 흔쾌히 수락했다. 마침 고추장 마늘빵을 만들고 있기에 나는 옆에서 구경하며 그의 장사 경력을 물었다.

베이커리(제빵)를 하게 된 계기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공부는 하기 싫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빵이다 보니까 제빵을 배우기로 결심했죠. 그때 당시만 해도 제빵이 이렇게 크게 유행은 하지 않았어요. 대학 가는 것보다는 뭔가 기술을 하나 배우고 싶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학원을 다니면서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지금까지 그냥 계속 제빵만 하게 됐어요.”

 

고추장빵은 태어나 처음 먹은 모르던 맛

제빵 경력만 25년 정도고 제빵집은 15년 넘게 해왔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경력이 이렇게 오래 됐으니 이 많은 다양한 빵과 과자를 혼자 직접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었겠구나비로소 이해가 됐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고추장빵에 대해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순창에 재작년부터인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베스킨 라빈스, 파리바케트, 햄버거집 등 이렇게 이것저것 생기다 보니까 제 메뉴랑 겹쳐서 영업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죠. 솔직히 무슨 수를 내긴 내야 되는데 생각해보니 순창에서 대표하는 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추장을 넣은 빵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작년에서야 지금 제품이 어느 정도 완성이 돼서 판매하기 시작한거죠. 그 와중에 군에서 지역 대표 빵을 만드는 사업이 시작되어 운 좋게 그것과 맞물려서 여러모로 도움이 됐죠.”

고추장빵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호불호가 갈려요. 이게 여러 사람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까 맵게는 못 만들어요. 어떤 사람은 고추장 맛이 하나도 없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고추장 맛이 난다고도 해요. 그러니까 그 기준 맞추기가 좀 애매해요. 빵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고추장 맛이 거의 안 느껴져요. 과자 종류는 확실히 맛이 느껴지고요.”

빵이 다 완성됐다.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고추장 마늘빵을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따뜻한 빵은 고추장 맛이 더 잘 느껴졌다.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고추장빵은 쉽게 말하면 모르던 맛이었다. 빵은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종류가 다양하기에 고추장 빵은 그 희소성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창에서 팥빵 제일 맛있는 집

맛있는 팥빵
맛있는 팥빵

 

매장 전면 유리에는 순창에서 팥빵 제일 맛있는 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 대표는 자신 있게 팥빵 시식을 권했다. 5년 연구한 팥빵이라고 하는데 진한 단맛과 고소함이 물씬 느껴지는 맛이었다. 다른 곳의 팥빵이 넓적한데 이 곳 팥빵은 볼록했다. 이유를 물었다.

빵이 눌리면 팥들이 여기저기 쏠려요. 그러면 팥이 덜 들어갔다고 손님들이 오해하시죠. 그리고 통통한 게 식감도 좋아요. 가끔 어떤 손님은 군산의 유명한 이성당보다 맛있다고 치켜세워주는 분도 계세요.”

순창에 맛집이 점점 사라지고 먹을 게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취재를 하다보면 유명세나 홍보가 없어서 그렇지, 순창에는 아직도 직접 재료를 선별하고 본인이 연구한 요리법(레시피)으로 정성을 들여 음식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많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겠지만 음식 장사도 참 힘들고 애처롭다. 내가 취재하며 자주 듣는 사장님들의 얘기 중 하나가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일할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인구 감소에 비례하여 손님도 적어지고 있으며 관광객도 많이 오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정성껏 음식을 제공하는 사장님들을 조용히 응원한다.

매장 유리창에 붙인 문구
매장 유리창에 붙인 문구
정명조 객원기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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