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겨울 제철 음식은 추운 겨울 포장마차의 단골안주, 홍합탕의 재료인 '홍합'이다. 붉을 홍(紅), 조개 합(蛤), 붉은 조개란 이름처럼 속살이 붉은 빛을 띤다. 먹다보면 속살이 하얀 것도 있는데 이는 성별 차이다. 붉은 색을 띤 홍합은 암컷, 흰색을 띤 홍합은 수컷이다.

 

토종 ‘참담치’와 외래종 ‘지중해담치’

일명 ‘참담치’라고도 부르는 토종 홍합이 있는데 길이가 10cm가 넘는 대형 종이며,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1930년대 먼 바다에서 서식하다가 해상 운송수단의 발달로 배 밑에 종자가 부착되어 국내 연안으로 들어와 서식하게 된 ‘지중해담치’가 있다. ‘지중해담치’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참담치’의 서식지를 장악해서 현재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가 시장에서 접하는 부착물질이 거의 없는 깨끗한 홍합은 ‘지중해담치’를 양식으로 생산한 것이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해감 필요 없는 홍합

홍합은 모래나 뻘이 아닌 바위에 붙어살아서 해감을 할 필요가 없다. 수염(족사)을 제거하고 껍질의 불순물을 제거하여 헹구면 되는데 수염은 꼬리 쪽 방향으로 당겨서 떼어내야 한다. 홍합으로 할 수 있는 요리도 물론 다양한데 우리는 보통 탕이나 찜으로 많이 먹고 있다. 지역에 따라 홍합밥, 홍합죽으로도 먹으며, 서양에서는 스튜, 찜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는다.

필자는 가끔 몇몇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장작불을 지피고 그 정취를 만끽하며 맛있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다. 이번에는 홍합을 주재료로 홍합칼국수, 홍합탕, 홍합스튜를 만들어 보았다. 홍합요리는 홍합에서 육수가 많이 우러나기 때문에 의외로 간단하다.

 

간단한 홍합탕·홍합칼국수·홍합스튜 요리

△홍합탕 손질한 홍합 600g과 물 800ml에 얇게 썬 마늘을 넣고 끓인다. 한번 끓어오르면 거품(불순물)을 제거하고 맛소금으로 간을 한 후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약간 더 끓이면 완성이다. 홍합탕의 요점은 홍합과 물의 황금 비율이다.

△홍합칼국수 홍합국물은 당연한 말이지만 홍합을 많이 넣을수록 맛이 진해진다. 홍합칼국수는 위에서 설명한 홍합탕에 양파나 알배추 등 채소와 함께 칼국수를 추가하면 되는데 요점은 국물과 칼국수의 양 조절이다. 홍합껍질이 부피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칼국수를 끓이려면 육수가 부족하여 칼국수가 물에 잠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을 더 부으면 홍합국물이 싱거워진다. 그래서 1차로 홍합탕을 끓이고 홍합을 절반정도 덜어내고 칼국수를 완성한 후 칼국수 위에 덜어 놓은 홍합을 올려서 먹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홍합탕을 끓인 후 홍합 껍데기를 제거하고 홍합 알만 넣고 칼국수를 끓이는 방법이 있다.

 

 

△홍합스튜 서양에서 흔히 해먹는 홍합요리이다. 먼저 채소를 준비하는 데 홍합과 함께 씹히도록 양파를 잘게 썰어주고 마늘도 갈아준다. 그리고 토마토 소스 맛을 더하기 위해 방울 토마토를 으깨서 준비한다.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양파를 먼저 볶으면서 으깬 방울토마토를 넣고 달달 볶아서 단맛을 높인다.(캬라멜 라이즈 : 양파 등의 단 성분이 있는 재료를 달달 볶아 단맛을 끌어올리는 요리기법)

이렇게 볶다가 토마토 소스와 물을 추가해주고 간 마늘을 넣어준다. 그리고 정종이나 화이트 와인을 부어주고 술 향이 날아갈 때까지 뚜껑을 덮고 끓여준다. 이렇게만 요리해서 먹어도 되는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을 내려면 토마토 소스와 잘 어울리는 발사믹 식초를 추가해 주면 훨씬 풍미가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바질 오일을 추가해 주면 레스토랑 표 홍합스튜가 완성된다.

필자는 이렇게 홍합요리를 지인들과 먹으려고 하다 보니 이번에는 주방만 왔다 갔다 했다. 도중에 가신 분도 있어 송구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대접했으니 만족한다. 정담을 나눌 기회는 다음에 또 마련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