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8)김치, 그 오묘한 세계… ‘숙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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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구(8)김치, 그 오묘한 세계… ‘숙성’에 대하여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2.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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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조 객원기자(공학박사)
우리 집 김장김치와 수육, 깨 가루

 

순창은 11월부터 12월까지 모든 동네가 김장을 하느라 시끌벅적하다. 나도 외가친척들과 지난 1127일에 배추 100포기를 담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회포를 풀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대표 숙성음식인 김치를 담는 계절을 맞아 숙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먼저 숙성발효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두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발효 :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기게 하는 작용.” “숙성 : 효소나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발효된 것이 잘 익음.”

쉽게 정리하면 발효는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다른 유기물로 바뀌는 작용이고, 숙성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나쁜 것은 빠지고 좋은 것만 남는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숙성이 더 포괄적인 의미라 생각한다.

 

숙성’, 염장절임건조재우기

숙성은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맛이자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숙성에는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재료에 따라 공정은 다르지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첫 번째는 염장이다. 자반고등어, 젓갈, 베이컨 같은 음식이 이에 해당하며 재료에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에 담가 내부까지 염분이 충분히 배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 소금의 삼투압 작용으로 재료에서 여분의 수분이 빠져나가 맛이 응축된다. 염분이 방부제 역할도 해서 보존성이 좋아진다. 소금의 염분이 재료의 기본적인 맛이 되므로 나트륨 성분이 높은 정제염은 자제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사용하는 게 좋다.

두 번째는 오일(기름) 절임이다. 서양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온으로 데운 오일로 재료를 뭉근하게 끓이면 맛이 좋아지고 촉촉하니 부드러워진다. 또한, 오일에 절여 재료가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두면 보존성이 좋아진다. 오일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샐러드오일이나 올리브오일이면 충분하다. 샐러드오일은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굳지 않아서 보관해두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오일 절임을 할 때는 올리브오일을 절반쯤 섞어 풍미를 낸다. 토마토 오일 절임, 프랑스의 라따뚜이, 이탈리아식 가지절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건조. 건조 생선(황태 등)이나 숙성 육(소고기 육포)이 대표적이다. 생선이나 고기 등의 재료를 말려 수분을 증발시키면 맛이 응축된다. 채소나 과일의 경우 당도가 높아져 훨씬 달콤해진다. 천연 건조는 기후에 좌우되어 신경 쓸 것이 많지만, 오븐 건조는 오븐에 넣어두기만 하면 끝이라 간편하다. 타지 않도록 저온에서 오랫동안 가열하면 재료의 수분이 증발해 말린 것과 똑같은 상태가 된다.

네 번째는 재우기이다. 양념갈비, 장아찌, 로스햄, 피클 등이 이에 속한다. 모든 숙성 요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방법은 오랜 시간이 필요 없어 간편하게 재워둠으로써 맛이 훨씬 더 좋아진다. 조리한 재료를 간장이나 소스에 재워두면 맛이 전체적으로 배어 더욱 깊이 있는 맛으로 변한다.

전날 소금에 절인 배추(염장)

 

숙성, 시간 투자로 맛보는 최고의 사치

만들어서 몇 시간 후, 아니면 다음 날, 그로부터 며칠 후, 이렇게 시간 경과에 따른 맛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숙성의 참맛이다. 숙성의 최대 장점은 놓아두기만 해도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숙성한 재료가 내는 맛은 시간을 투자했기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게다가 소금이나 오일로 절여두었으니 보존성도 뛰어나다.

우리 식탁에 항상 올라오는 김치는 염장과 재우기 숙성법이 적용된 훌륭한 음식이다. 피클이나 배추나 오이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인 중국의 파오차이’, 잘 알려진 일본의 단무지(다꾸앙)’ 같은 숙성음식들도 여러 영양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고추와 젓갈을 가미해 한 번 더 변신하여 전혀 다른 제3의 채소절임으로 둔갑한 김치에는 견줄 수가 없다.

알면 알수록 김치, 그 오묘한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며,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숙성발효기술과 식문화에 대한 높은 식견과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참고문헌 :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맛있어진다>(후케마사키)

프랑스 남부지방 전통음식 ‘라따뚜이’(오일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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