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석 시인
순창 출신 채광석 시인은 대학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대학 재학 중 등단'이라는 수사는 화려함 그 자체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채광석 시인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년 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시인의 말
살아왔고 살아갈 날이
하루하루 죄를 쌓아 올리는 거대한 돌탑 같다.
시인이 선량한 사람은 아니지만
시문 밖으로 출행한 지 스믈세 해 만에
다시 언어의 사원 앞마당을 기웃거린다.
쌓아올린 죄업의 돌 한 개 돌 두 개
덜어내고 싶기 때문이리라.
살아왔던 날들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주었던 상처나 아픔, 슬픔 같은 것을
먼저 되돌아보게 된다.
님들께서 허용할 수 있는 한에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신다면 내 가슴에도
가을볕 두어 줄, 혹은 하얀 눈 서너 잎
종교처럼 스며들 것 같다.
늘 님들을 위해 축원하며 살겠다.
마음의 큰 빚 하나를 덜어내며
또 다른 빚 하나를 지게 된다.
이 시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나와 우리 세대의 그림자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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