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공영 마을버스 도입 완주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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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공영 마을버스 도입 완주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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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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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임근 기자 2022.02.28

[현장] 버스비 500원에 마을 구석구석공영제 되니께 너무 편혀

지선버스가 여러마을 돌아다녀

이동시간·비용 줄어 주민들 호평

지난 23일 전북 완주군 용진읍 도로에서 한 승객이 마을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박임근 기자

봉동읍 농장에서 재배한 상추·시금치·쑥갓 같은 채소를 로컬푸드 매장에 내야 혀서 마을버스를 탔는디, 너무나 편혀. 옛날에는 여기 소양에서 시내버스 타고 전주까지 나갔다가 다시 봉동읍으로 가야 혀서 약 3시간이 걸렸는디, 이젠 한번에 가니께 편혀. 다만 기다리는 것 때문에 배차시간이 좀 가찼으면(짧았으면) 좋겄어.”

지난 23일 낮 1230분께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 마을버스를 탄 주민 김순이(70)씨가 최근 운행하기 시작한 공영 마을버스가 마음에 든다며 입을 열었다. 주민 이양순(76)씨도 농협에 가서 장을 봐야 하는데, 적은 돈으로 바로 다녀올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지난 3일부터 소양면·용진읍·봉동읍 3개 읍·면을 하루 6(편도) 다니는 소양50호 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시범 기간인 2월 한달은 무료지만 3월부터 500원만 내면 된다.

전북 14개 시·군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완주군(821)은 전주시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어 대부분 지역이 전주 생활권이다. 전주시내에서 완주군 주요 읍내 지역을 거쳐 군 외곽 지역까지 여러 노선의 버스들이 운행됐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산골 오지까지 운행하는 45인승 대형버스는 완주 외곽 지역 노선에서는 한손에 꼽을 정도 승객만 태운 채 다녀야 했다. 당연히 적자가 났고, 군은 전주시내버스 회사들에 지난해만도 재정지원금 74억원가량을 지원했다.

여기에 김씨처럼 완주에서 전주를 거쳐 완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시간과 요금이 두배로 들었다. 특히 짐을 가진 노인들은 환승 때 짐을 내리고 다시 싣느라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완주군은 2015년부터 지·간선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대중교통체계 효율화에 나섰고, 지난해 4월에는 전주시와 시내버스 지·간선 노선개편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간선제는 전주시내에서 주요 환승거점(·면 행정복지센터 등)까지 간선 노선과 환승거점에서 여러 마을을 잇는 지선 노선을 나눠 운행하는 방식이다. 파란색 간선버스가 구와 구를 넘나드는 긴 노선을, 초록색 지선버스는 구 안에서 비교적 짧은 노선을 운행하는 서울시내 지·간선제와 비슷하다. 다만, 군이 지선버스 운영주체로 나선 점과 인구가 적은 만큼 15인승 마을버스로 운용하는 정도가 차이다. 간선 노선은 기존 전주시내버스들이 맡는다.

군은 지난해 6월 이서면에서 처음으로 지·간선제를 적용한 데 이어, 이달 초 구이·동상·상관·소양면으로 이를 확장했다. 현재 21개 노선에 마을버스 15대가 운행된다. 짧은 노선은 2개씩 묶어 마을버스 한대를 배치해 효율을 높였다. 소양면·용진읍·봉동읍을 왕복하는 읍면 순회’(50) 마을버스도 운행하기 시작했다. 임기제 공무원 신분인 41명이 이들 버스를 운전한다.

완주군은 9월께는 3단계로 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봉동·삼례읍까지 순회 마을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창수 완주군 대중교통팀 주무관은 시내버스 1대 한해 운영비(인건비·기름값·관리비 등)23천만원가량인데 마을버스는 13천만원 수준이어서 대당 1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간선제가 정착하면 전주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을 20~30%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통체계 개편은 주민들 호평으로 이어진다. 주민 최다성(56)씨는 “(기사님이 공무원이어서인지 민간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달리) 기사님이 많이 친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백정식(50)씨는 건설 현장에서 물건을 옮겨주는 카고크레인 일을 했었는데, 월급은 적지만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서 지원했다일부 노인들은 아직도 환승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은데, 많이 좋아지는 것 같다. 학교 개학과 군청 옆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면 이용객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신영 완주군 도로교통과장은 “(인구 감소로) 완주군 13개 읍·면 중에서 인구가 많은 봉동·삼례읍과 용진읍·이서면 등 4곳은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9개 면은 걱정이 된다. 마을버스가 구석구석까지 가면서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민 자긍심도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주민 모니터링을 통해 불편사항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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