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체증 풀어 줄 정치를 선택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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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체증 풀어 줄 정치를 선택하는 날
  • 양상춘 작가
  • 승인 2022.03.08 08: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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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춘 작가(동계 구미)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할 때 우리는 뭘 잘못 먹었나?’라고 생각하며 배와 가슴을 쓰다듬어본다. 대부분은 증상이 심하지 않고 거북함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혹시 어떤 음식에 체하기라도 하면 끄억끄억 신트림도 내 보고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음식이 아니라 정치에 체한 사람들도 있다. 정치를 잘못 먹은 사람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같잖은정치인들이 유발하는 스트레스성 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은 자의든 타의든 정치라는 음식을 먹고 산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처럼 한 끼라도 먹지 않으면 곧바로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게 먹고 마시는 것이 정치다.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하다가도 여차하면 밥을 먹지 못한 것보다 더 크게 나의 몸을, 우리 가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사람들도 정치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잘못된 정치로 인한 체증을 피하기도 어렵다.

전쟁 치르듯 너 죽고 나 살자하는 정치게임을 보는 국민들이 체증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짜증나게 하는 정치에 체해 국민들이 여기저기에서 끄억끄억 하고 있을 때, ‘같잖은정치인들은 속도 없이 헤벌쭉거리며 딸꾹질을 하고 다닌다. 막말과 망언, 거짓과 궤변, 견강부회, 적반하장 때로는 회유와 협박 등 그들의 딸꾹질은 셀 수도 없고 끝도 없이 이어진다. 불량 정치인이 불량 식품을 주며 건강을 챙기라는 한심한 불량 정치에 체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정치인들의 딸꾹질이 괴롭기는 하지만 체증의 정도를 줄일 수는 있다. 정치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고 마침내 권력을 잡는 것이다. 좋은 정치인이라면 국민이 준 그 권력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 행사한다. 그러나 나쁜 정치인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남용하여 국민의 울화통을 터뜨리고 국가의 앞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표를 갖고 있는 유권자가 (비교적)괜찮은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것만이 조금이나마 체증을 줄이고 미래의 안위를 담보할 수 있다.

유능한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똑똑한 유권자가 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상식에 기반을 두고 투표하는 것이다. 정치가 이성과 논리보다는 감정과 이미지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붙잡으려는 속성이 있기에, 비상식적 여론 몰이를 경계하면 된다. 특히 반목과 갈등, 혐오를 동력으로 정치를 하며 표를 모으는 정치인은 위험하다. 갈등은 본래 칡덩굴과 등나무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서로를 감아 얽히고설켜 있음을 뜻하지만, 실제로 자연에서 두 식물이 엉켜 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몰상식한 정치인들은 이처럼 없는 갈등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시끌벅적하다. 한쪽에서는 딸꾹질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트림과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이 민주 정치다. 이 와중에도 현명한 유권자는 갈등을 조장하는 저열한 정치를 교체하고 체증을 후련하게 풀어 줄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졸시 한 편을 소개하며 나도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선다.

망해 가는 식당을 살리겠다며 / 주방장 친구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시식을 청했다 / 빨간색 냉면 면발을 오른쪽으로 돌돌 말고 / 파란색 국수 가락은 왼쪽으로 배배 꼬아 올려 / 양념을 뿌리고 고명을 얹은 한 그릇 / 첫맛은 매콤하고 뒷맛은 후련하다

친구의 레시피는 / ‘얽힘과 섞임이다. 메뉴판에는 갈등이라 써넣었고 / ‘풀지 말고 드세요를 덧붙였다

한 철 지나 / 친구네 식당은 소문난 맛집이 되었다 / 옆구리에 골이 파이도록 서로를 보듬고 싶은 연인들이 / 갈등 맛을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 식당을 나서는 사람들은 / 메뉴판 아래에 누군가 써놓은 글귀를 담아 간다 / ‘갈등으로 체해 도깨비 씻나락 까먹는 소리 / 신트림 내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식

-양상춘, <체증을 풀어 주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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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락 2022-03-09 12:54:53
해학과 여유가 묻어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순창가면 찾아뵙고 싶습니다.
010-2284-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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