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호빙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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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호빙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한 용기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10.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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暴 사나울 포 虎 범 호 馮 탈 빙 河 물 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9

“일만! 이만! 삼마안! 사아마안!”

순간 위를 보니 낙하산이 펴지고 몸은 수직이 되면서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옆 동기생들과 환호를 하는 십초도 안 되었는데 땅이 막 올라오고 있었다. 수백 수천 번 한 연습을 이제 실전에 옮기는 순간이다. 발꿈치를 수직으로 하고 땅에 닿는 순간 무릎을 구부리고 바로 옆으로 몸을 굴렸다.

순간, 호랑이 조교의 호령아래 몸을 굴리고 모형 막 타워에서 뛰어내리기를 수백 번, 공포심이 제일 많다는 11미터 높이 막 타워에서 구호를 외치며 박차고 뛰어 내리기를 수십 번, 그 힘든 피티체조, 갈증과 허기 속에서 지낸 4주일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해내야만 하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수훈련! 어찌 하루아침에 이뤄졌겠는가? 날아가는 수송기에서 겁도 없이 뛰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준비, 즉 연습과 훈련도 없이 공중에서 그냥 뛰어내린다면…, 담이 큰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이긴 하지만, 공자(孔子) 말씀대로  暴虎馮河(포호빙하)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만용(蠻勇)에 불과한 것이다.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는 가난하고 불우했지만 이를 전혀 괴로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가난과 불운을 즐기며 살았던 제자였다. 자신의 분노를 함부로 드러내거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공자는 평소 그의 덕을 칭찬하였다. 어느 날 또 제자들을 모아 놓고 안회에게 말했다.

“왕후(王侯)에게 등용되어 도를 행함에 만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아마도 이를 잠자코 가슴속에 깊이 간직해 두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너 두 사람 뿐이다.”

평소 공자가 안회만을 칭찬하는 것에 불만이었던 자로(子路)가 용기와 결단성에 있어서 자기보다 더한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며 공자에게 물었다.

“도를 행함에 있어서는 그렇다고 봅니다만,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 임할 때는 누구와 더불어 가시겠습니까?”

공자는 자로의 그 같은 기분은 잘 알고 있었으나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경솔한 태도를 꾸짖었다.

“나는 아무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범을 잡고 배도 타지 않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려다가 헛되이 죽는 것을 후회도 하지 않는 그런 무모한 자와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두려운 생각을 갖고 꾀를 써서 일을 성공시키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

이렇듯 공자는 모든 일은 용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용기 이전에 신중한 검토와 그에 대한 대책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자로에게 타일렀다. 그러나 자로는 결국 그 ‘포호빙하’ 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여 뒷날 난에 휩쓸리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맨주먹으로 범을 잡고 걸어서 강을 건넌다.’ 는 뜻인 이 성어로 공자는  자로에게 ‘용기는 있지만 무모한 행동, 즉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한 용기를 경계’ 하도록 타일러 말한 것이다. 훗날 어떤 계획이나 준비 없이 그저 만용만을 믿고 마구 행동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 성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자신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무모하게 주변과 갈등을 일으키고 아무런 대책 없이 분노하는 것 보다는 이성적인 생각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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