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 그루 열두 가지' 박정미 작가(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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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한 그루 열두 가지' 박정미 작가(동계)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2.04.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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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열두 가지' 책표지

책 표지를 넘기는 순간, 마지막 장까지 한번에 이끌려갔다. 동계 귀농 5년차 새내기 농부의 이야기는 책장 사이사이 정겨운 판화 그림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진솔한 사연을 실타래 풀듯 하나씩 풀어내며 끌어당겼다.

<한 그루 열두 가지>(박정미 쓰고 김기란 그림)의 박정미 작가는 책머리 작가의 말에 해당하는 보내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고백한다.

집도, 직장도 정하지 않고 시골로 내려온 저에게 마을 이웃이 밭 하나를 내어주었습니다. 마음을 내어준 밭에 마음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열두 달 농부들의 밭을 다니며 심은 마음을 무럭무럭 키웠습니다. 복순자 아짐 말씀처럼 마음을 나누려면 밭이 넓어야 한다니 이렇게 책으로 엮어 여러분께 전해봅니다. 2021년 겨울, 박정미.”

맨 처음 책을 접했던 것은 지난 1월 무렵이었다. <오마이뉴스>의 지인 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기자는 내게 다짜고짜 순창에 서점이 있다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순창에 서점이 있다고요?” 금시초문이었다.

확인해보니 <한 그루 열두 가지>를 쓴 박정미 작가는 동계로 귀농해 책방 밭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었다. 지난 33일 동계에 갈 일이 있어 박정미 작가에게 책과 관련해 취재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자, 그녀는 완곡하게 취재를 거절했다.

<한 그루 열두 가지>를 펼친 건 지난 331일 저녁이었다. 첫 장을 넘겼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마지막장이 펼쳐졌다. 박정미·김기란 두 사람이 속삭이고 내보이는 글과 판화그림은 시간의 흐름을 잊히게 하는 힘을 지녔다.

책은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로 넘어가며 계절 별 농작물과 음식 차림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을 주인공으로 들려준다. 책에는 사계절을 품고 있는 겨울 눈, 꽃놀이보다 농사, 달콤한 여름비, 밭이 넓어야 하는 이유 등 계절의 순환에 따라 조청, 청주, 쌈 채소, 두릅, 첫 숲차, 매실, 블루베리, 고춧가루, , , 대봉감, 가락엿 등 다양한 사람들이 농사짓고 수확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김기란 작가의 판화그림 

 

밭이 넓어야 하는 이유한 대목을 옮겨본다.

영화 <늑대아이>에서 주인공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간 후 가족들이 먹을 만큼의 밭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런 하나에게 마을 할아버지가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필요한 만큼, 내 가족이 먹을 만큼만 일구는 밭이 아닌, 넓은 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할아버지는 하나에게 이유나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시기보다 그저 묵묵히 함께해줄 뿐입니다.”

밭이 넓어야 하는 이유는 책장을 덮을 때쯤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책에서 확인해 보자.

책의 마지막은 김기란 판화작가가 받는 마음으로, 박정미 작가의 보내는 마음에 화답하며 마무리된다.

“‘에서 온 책 보따리를 받았습니다. 단정하게 묶인 면 보자기를 풀자 책과 쌀, 콩가루를 곱게 묻힌 인절미가 담겨 있었지요. 농촌과 도시를 나눠 생각하기보다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순환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어떤 마음을 기르고 어떤 모양의 가지가 될 것인지 오늘도 마음 밭을 두루 살펴봅니다. 2021년 겨울밤, 김기란.”

책에는 두 사람의 약력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저자 : 박정미 서울에서 광고 회사를 다니다가 순창으로 내려와 책방 밭을 운영하며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그림 : 김기란 우리 문화를 이야기하는 달실에서 종이의 결에 집중한 시각예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두 사람이 더욱 궁금해졌다.

김기란 작가는 보내는 마음에서 이 책이 누군가에게 첫 밭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작은 희망을 전했다.

새봄, 이들의 작은 바람이 꽃피우길 함께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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