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의 정자’를 찾아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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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의 정자’를 찾아 나서다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2.04.1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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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정자터 포함 정자 130여개 존재
유등면 초연당에서 재탄생한 옥호정
유등면 초연당에서 재탄생한 옥호정

 

지난 42일 오전 9시 순창 정자기행을 위해 군청에 5명이 모였다. 광주에 거주하는 정자 전문가 오인교 선생, 순창군문화재 활용추진위원회 강병문 위원장, 귀농귀촌지원센터 양환욱 전 센터장, 순창문화원 박재순 사무국장·전은신 회원 등 5명은 첫 목적지 구림면으로 향하며 이틀에 걸친 강행군을 시작했다.

일행은 구림면 정자를 선두로 인계면 정자를 둘러보고 유등면으로 향했다.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었던 나는 11시에 순창문화원에서 정자기행 일행과 합류했다. 일행은 6명으로 늘었다.

 

이틀간의 정자기행 강행군

순창군에는 둘러볼 정자(정자터 포함)130여개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정자를 이틀 동안 일일이 탐방하려니 일행이 탄 차는 털썩털썩과속방지턱을 거칠게 넘고, 좁은 농로길을 이리저리 누비며 바쁘게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유등면 정자를 둘러보고 일행은 유등면 나루터권역 커뮤니티센터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곡성군에서 옮겨온 2층 누각 옥호정(玉壷亭)이 자리한 유등면 초연당에 들렸다. 태풍 등으로 무너져 폐정 상태에 놓였던 곡성군의 옥호정을 초연당 김관중 대표가 2019년에 매입해 해체해서 현 위치에 새롭게 탄생시켰다. 커피를 마시며 김 대표에게 옥호정을 옮겨온 사연을 들은 우리는 다음 목적지 어초정(魚樵亭)’으로 향했다. 이어 적성면 어은정(漁隱亭)’, 동계면 석산리의 암각서 산인동(散人洞)’과 동계면의 구암정(龜岩亭)’, ‘육로정(六老亭)’ 등을 둘러 봤다.

어초정은 찾아가는 길이 어려워 일반인들은 보기 힘들다.
어초정은 찾아가는 길이 어려워 일반인들은 보기 힘들다.

 

적성강에서 풍류를 즐기다

무량산 아래 섬진강마실휴양숙박단지 건너 구미마을에 큰 소()가 있다. 인조, 효종 연간에 초로(楚老) 양운거(楊雲擧·16131672)가 이곳에 육로정을 짓고 시주(詩酒)를 즐겼던 곳이다. 흐르는 물 가운데 반석(磐石)이 있어 수십 명이 앉아 놀 만한 공간이 있다. 우리는 육로정에서 시와 술을 즐겼다는 옛 이야기를 떠올리며 물 가운데에 있는 넓은 반석으로 건너가 자연과 풍류를 잠시 즐겼다.

 

육로정에서 진달래꽃 띄운 막걸리
육로정에서 진달래꽃 띄운 막걸리

 

첫째 날 마지막 일정, 동계면 주월리 어귀 오수천 강가에 있는 청류당(淸流堂)’을 방문했다. 주월리는 장수황씨(長水黃氏)가 집성촌을 이루어 사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장수황씨 집안사람들이 선조를 기려 1957년 청류당을 세웠다. 이름에 맞게 보기 드문 파란색 기와로 치장된 청류당은 운치가 있었고 뒤편에 있는 수령 550년이 넘은 아름드리 소나무는 일행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고고한 자태와 기나긴 세월을 머금고 있었다.

정자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오인교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정자기행을 하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힘은 들지만 소감과 느낌이 달랐다. 하루 종일 수십 개의 정자를 찾아다닌 우리는 김치찌개로 허기를 달래고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조금 일찍 헤어지며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동계 청류당 수령 550년 소나무
동계 청류당 수령 550년 소나무

 

정자 보존 관리가 소홀한 현실

둘째 날은 풍산면 대가리에 소재한 조선시대 절사 김일손, 김치세, 김선경을 모시기 위해 1957년 세운 사우인 옥산사(玉山祠)’부터 둘러봤다. 풍산면에는 동대(東臺), 모로정(毛老亭), 호호정(皡皥亭)(원래 명칭 백수정와·白水精窩), 부구루(浮丘樓), 죽사정(竹史亭), 태암(台庵), 호정(湖亭)이 있었다는 기록만 있고 현재 남아있는 정자는 없다. 전라도와 제주도의 거의 모든 정자를 조사하고 기록한 오인교 선생은 우리 조상들은 물이 있고 그 물길이 휘어지는 장소, 물을 가장 많이, 멀리 볼 수 있는 자리에 정자를 세웠다풍산면에도 정자가 있었을 것이라 예측되는 장소가 많은데, 보존이 안돼서 실존하는 정자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자기행을 마무리하며(쌍치 쌍구정)
정자기행을 마무리하며(쌍치 쌍구정)

 

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세운 정자

이후 일행과 금과면, 복흥면, 쌍치면, 팔덕면에 있는 여러 정자를 탐방했다. 강행군을 감행함에도 팔순 즈음인 강병문 위원장과 양환욱 전 센터장은 끄떡없었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일행은 마지막으로 쌍치면의 쌍구정(雙龜亭)에서 잠시 쉬면서 이번 정자기행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중간 중간 재해(災害)나 관리 소홀로 무너지고 방치되거나 아예 사라진 정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순창군에 있는 정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함께 기록물을 남기고 이를 기반으로 조상들이 남긴 유산들을 잘 보존하는 방안을 찾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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