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쪽빛한쪽(7) 사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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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쪽빛한쪽(7) 사월이 가면
  • 선산곡 작가
  • 승인 2022.04.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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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곡 작가

 

사월이 간다.

수수동(隨水洞)에 피는 꽃과 잎사귀들은 다른 지역과 보름 차이가 난다. 고원의 기후 때문이지만 한꺼번에 어울려 피지 않는 시차(時差)가 오히려 좋을 때도 있다. 집 개울가에 심었던 벚나무 세 그루가 올해 처음으로 풍성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할 때 그림처럼 비쳐오는 풍경을 창을 통해 바라보는 호사(好事)는 정말 처음이었다. 이른 아침 산그늘을 뒤로 둔 꽃잎들은 막 돋은 햇살이 역광으로 비치면 흡사 보석처럼 빛이 났다.

그 꽃잎들이 골짜기를 지나는 한가한 바람에 눈처럼 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월은 가는가. 아니면 사월이 가니 꽃이 지는 것인가. 꽃잎이 지는 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아들과 통화를 했다

지는 꽃도 아름답네.”

동영상 찍어 보내 주세요.”

그러나 동영상을 찍지 않았다.

<사월이 가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티 김의 노래다. 동명의 영화는 노래 뒤에 나왔다. 벚꽃이 필 때 만났다가 그 꽃이 질 때 이별한다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다. 촬영도 당연히 사월이었고 개봉은 오월이었다. 정진우 감독, 문희, 성훈 주연.

사월이 가면 떠나갈 사람

오월이 오면 울어야 할 사람

노랫말은 사랑과 이별이다. 내 평생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노래지만 그 노래를 흔히 부르지도 않았다. 철칙은 없지만 사월의 마지막 날에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였다. 최근 몇 년 소리 내어 노래 불러본 적 없다. 지금 만약 소리 내어 무슨 노래를 부른다 해도 목소리는 흔들리고 음정은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월을 보내면서 그 노래를 부르는 의미는 있다. 해마다 사월은 다시 돌아온다. 꽃은 져도 그 꽃은 또 다시 피기 때문이다.

사월이 간다. 꽃잎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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