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자녀 교육 때문에 귀화
상태바
이주여성 자녀 교육 때문에 귀화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11.09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복 아닌 수단의 귀화…서글픈 현실 바꿔야

군내 이주여성 1세대의 자녀들이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둔 가운데 군내 등록된 외국인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집계결과에 의하면 군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조사당시 178명이며 2005년에 비해 100%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속속 학교에 입학하면서 군내 일선 학교에서는 생김새가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곁눈질 받는 일은 줄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기초교육 편차에 따라 수업적응에 애를 먹는 아이들이 증가한 것이다.

“귀화를 왜 했겠어요. 솔직히 우리도 태어난 나라가 있는데 모국 국적 갖고 살 수 있으면 좋지요. 하지만 이름이 다르면 사람들이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시선에서 ‘저 애 엄마는 외국인’이라는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두렵죠. 아이 교육 때문에 귀화하는 사람도 꽤 많아요.”

이름이 밝혀지기를 꺼리는 한 주민은 자신이 귀화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담담히 말했다. 한국인이 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귀화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녀의 교육문제와 주변의 환경요인이 더해져 자신의 본명을 감춘 사람들도 여럿이라는 그녀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어머니’가 많아질수록 기초교육이 덜 된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일도 많아졌다. 아버지나 조부모 등 다른 식구의 교육을 충실히 받은 아이들은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인지할 정도가 됐지만 이런 가정은 사실 모범사례에 속한다. 일에 바쁜 아버지와 말 안 통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사들은 속으로 한숨을 쉰다. 한글과 구구단을 뗀 정도의 아이들은 대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말 주변도 늘고 수업진도도 점차 따라가지만 ‘ㄱ’, ‘ㄴ’부터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은 수업에 적응하는 자체가 힘들다.

강병호 유등초 교사는 “몇 년 전 베트남에서 살다가 온 학생이 있었다. 생활은 잘 따라왔지만 처음에는 친구들끼리도 말이 안 통했다. 국어가 가장 큰 문제여서 항상 단어설명을 하면서 수업을 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이렇게 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는 만큼 아이에게 기초교육을 해주고 싶어도 당장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는 안타까운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엄마가 바뀌어야 아이가 산다’는 인식이 점차 결혼이주여성 사이에 퍼지고 있지만 이들이 모여서 한글공부 하기란 또 쉽지 않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따로 낼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귀화는 한국인으로서 축복받을 일이기보다 가족의 생계와 아이 교육을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신영해(39ㆍ인계 갑동) 갑동마을 이장은 “상당수의 결혼이주여성이 대학까지 마친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업수준을 높이지 못하는 일에 대해 본인과 가정 탓을 하지 말고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아 순창농협 인계지점 과장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외국인 엄마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교육 성패는 아이들이 점차 군을 이끄는 역군이 될지 말지를 결정하므로 결국 우리 군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혼 이주여성과 아이들의 말문을 틔게 할 한국어 집중교육과 생계 지원에 대한 요구가 군내에서 시급하게 제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