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경사/ 어릴 적엔 총명했었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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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불경사/ 어릴 적엔 총명했었나 보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11.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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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不更事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

유의경(劉義慶)이 편찬한《世說新語語言篇(세설신어어언편)》에 나오는 말이다. …文擧曰, 想君小時, 必當了了 (문거왈, 상군소시, 필당료료) : 문거(文擧)가 말하기를 ‘어르신께서도 어릴 적에 틀림없이 똑똑하셨을 것입니다.’ 진위가 크게 삼가고 조심하였다.

공융(孔融)의 자는 문거(文擧)이며 동한(東漢 25-220년)시대 사람이었다. 공자(孔子)의 20세손으로 어릴 적부터 천부적으로 천재의 기질이 있었으며, 보통사람과 달리 특히 임기응변이 매우 좋아서 당시 비록 나이가 어리긴 하였지만 이름을 크게 날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가 10세가 되던 해에 부친을 따라 낙양에 갔다. 당시 하남(河南)의 태수 이원례(李元禮)가 능력 있는 명사들을 잘 대접하였으므로, 평소에 태수관저에 친척들 외에도 유명한 큰 인물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러므로 내방객 중에 좀 유명한 사람이 아니면 문지기들이 안에다 알려주지도 않았다.  

공융이 어떻게든 태수를 꼭 만나서 그의 풍채가 과연 어떤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부친에게 알리지도 않고 혼자서 관저를 찾아갔다. 문지기를 보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태수의 친척 공융이라 하네. 빨리 안에 알려 주시게”

거리낌 없이 태연히 말하므로 문지기가 얼떨결에 문을 열어주었다. 태수가 만나보니 나이 어린 아이인지라 어이가 없어 물었다.

“네가 나하고 도대체 어찌해서 친척이 된단 말이냐?”

공융이 당황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옛적 저의 선조 공자와 태수님의 선조 노자(老子)께서 한 동안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태수님 간에도 전대부터 교분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 같이 앉아 있던 손님들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고 모두 놀랬다. 그런데 진위라는 대부가 좀 늦게 왔다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대화내용을 듣고 별로 놀랠 일이 아니라면서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하였다.

“어릴 적에 총명하였다 하여 꼭 잘 되는 것은 아니야!”

기지(機智)가 많은 공융이 그 말을 듣자마자 반격하여 말하였다.

“제가 보기에 진(陳)대부께서도 어릴 적에 틀림없이 똑똑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진위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이 성어는 표면적으로는 어린 아이의 총명을 칭찬한 말이었지만 어릴 때 똑똑하다하여 커서도 반드시 훌륭한 재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비웃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성어를 어릴 적에 비록 총명하였지만 자란 후에는 오히려 기대만큼 잘 되지 못하는 경우를 비유하는데 사용하게 되었다.

유사한 성어로《隋書李雄傳(수서이웅전)》에 少不更事(소불경사)가 있다. ‘나이가 어려 경력이 짧고 경험이 적다. 나이가 어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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