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를 쓰면 받게 되는 마음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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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를 쓰면 받게 되는 마음의 선물
  • 박덕은 문학박사
  • 승인 2011.11.1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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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식은 밖으로 퍼내지 않으면 그대로 머물러 있기 마련이다.
마치 깊은 우물 같다.
우물의 물을 퍼내지 않으면, 그대로 머물러 있다.
퍼내면, 퍼낸 만큼 새로운 사고가 들어와 자리한다.
퍼낼 때, 체험의 사실을 서술과 묘사 위주로 끌어가면 수필이 되고 픽션 위에 서술의 파노라마를 펼치면 소설이 된다.
반면, 시는 찰나의 예술이다.
그러므로 시는 이미지와 상징의 그릇을 이용해야 빛을 발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가오는 수많은 감성을 시적 형상화로 꾸려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열매를 맛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마음의 치유다.
나는 1989년 1월부터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실 문예창작에서 문학 수업을 이끌어 왔다.
지금까지 228명의 작가를 배출한 과정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경험을 했다.
그건 바로 문학 공부를 하면서, 특히 시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이 저절로 치료되었다는 경험담을 자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중년 여성은 가정사로 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혀 건강을 거의 잃었었는데, 시 창작의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나았다는 얘기를 했다.
또 한 대학 교수는 몇 년 동안 가슴을 짓누르는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했는데, 그 증세가 시집 한 권 펴내는 과정에서 치유되었다고 고백했다.
한 사업가는 늦가을만 되면 짙은 허무에 빠져 허우적거렸는데, 시 창작을 하는 두 해 동안은 그 고질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단순히 시를 공부하며 시 창작을 하며 시에 대해 토론하며 웃고 떠들었을 뿐인데, 그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치유되고 명랑해지고 행복해지고 삶의 활기를 되찾게 된다니 말이다.
시 속에 신비한 묘약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그 묘약이 뭘까?
바로 표현이 아닐까.
섬세한 감성의 깊은 부위까지 다가가 그것을 이미지로 그려 보고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내려 보고 그것을 미의 가치, 아름다운 가치로 걸러내어, 한 편의 창작품, 즉 예술품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업, 그게 바로 시 창작의 진수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시는 우리 인류의 친한 친구이자 필수 활력소이며 정신적 영양 가이드이기도 하다.
시를 사랑하면, 시는 우리에게 이외의 많은 선물을 해준다.
시는 우선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해주고 이해의 가슴도 넓혀 주어, 포용의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시를 공부하는 아내를 둔 남편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내 아내가 시를 공부한 뒤로, 이해심이 넓고 깊어졌어요.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고, 행복이 넘실거려요.”
아내를 시 공부하는 곳으로 차에 태워 데려다 주고 또 수업이 끝날 즈음 데리러 오는 남편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시 창작이 가정의 행복에 기여하는 확실한 도우미이구나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어느 새 내가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문학회가 8개로 늘어나 있다.
8개 문학회에서 시나 동화를 공부하고 창작하는 문우들이 행복해 하고 삶을 보다 긍정적이고 밝게 살아가는 걸 보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언제까지 이 문학 코치 역할을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길이 마냥 좋다. 많이 행복하다.
문학 속에서 인생과 세상과 지구와 우주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삶, 거기에 끼어 있는 낭만이 그저 좋다.
그래서 나는 담양, 순창, 나주, 광주, 서울 등지로 문학을 지도하러, 시 창작의 오솔길을 산책하러 기꺼이 나선다.
그 발걸음이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처럼 핑크빛으로 물들곤 한다.
그 덕분에 나는 늘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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