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창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삼외당’(三畏堂)이 왜가리떼 군락지로 변했다.
삼외당 주변을 둘러싸고 높게 자란 참나무와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대나무 등에 셀 수 없이 많은 왜가리가 둥지를 틀었다. 더구나 산란기를 지난 터라 새끼들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쉴 새 없이 왜가리 똥이 떨어져 내렸다.
지난 25일 오후,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3~4년 전부터인가 왜가리떼가 이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저쪽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가 저기 대나무숲 그리고 이제는 삼외당을 군락지로 삼았다”고 말했다.
금과 소재지 매우마을 ‘삼외당’
금과면 소재지인 매우마을 입구 지방도 730호선이 지나는 바위 언덕에 자리 잡은 ‘삼외당’은 현존 도내 누정 건축물 중에서 건립 연대가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다. 건립자 홍함(洪涵·1543~1593)이 자신의 아호(雅號)를 따서 지었다. 홍함은 사헌부 감찰 등을 지내고 임진왜란 때 김천일 막하에 들어가 여러 차례 공을 세웠다. 자연석 화강암 덤벙 주초 위에 원형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지은 현 건물은 철종7년(1856년) 남양홍씨 후손들이 다시 지은 것이다. 지금은 지형이 변했지만, 옛날에는 누정 앞으로 시냇물이 흘러 수많은 풍류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삼외당을 중심으로 왜가리가 군락을 이룬 하늘은 어찌 보면 장관이었고, 왜가리의 똥으로 얼룩진 땅바닥은 흉물스럽기도 했다. 삼외당으로 오르는 돌계단과 주변은 온통 왜가리 똥 천지였다. 기자 일행도 돌계단을 오르자마자 왜가리 똥 세례를 받았고, 누정 안으로 들어서야 피할 수 있었다. 삼외당은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거나 쉬어가는 공간으로는 부적격이었다.
문화유산과 자연 공존방법 모색
한 주민은 “삼외당도 중요하고, 왜가리도 중요한데, 문화유산과 자연을 함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최근에 여기 참나무를 잘라냈는데, 잘라낸 공간만 하늘이 드러나 왜가리 떼 똥으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군청 관계자는 “남양홍씨 문중에서 금과면사무소에 조상님들이 남겨준 유산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니 삼외당 건물 위 나무를 잘라도 괜찮으니 건물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지난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존관리 책임이 있는 군청에서 지난 4~5월경에 삼외당 뒤편 나무 한 그루를 잘라냈다”고 말했다.
기자와 함께 삼외당을 둘러본 임실군청 김철배 학예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원래 삼외당을 오르는 이 길 말고 이 옆으로 길을 내서 오르게 하면 왜가리 똥으로부터 안전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망원경을 설치해서 아이들이 왜가리를 보면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왜가리는 통상 3월부터 9월까지 머물다 떠나는 철새라서 이 시기만 잘 관리하면 돼요.”
삼외당 현지조사, 보완책 제안
한편, 2019년에 삼외당 현지조사를 했던 송만오 전북대 교수는 “첫째, 누정 지붕 기와가 전통적이지 않고 많이 내려와 있는 상태임. 둘째, 계단을 내려가는데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단 끝부분에 밝은색 테이프를 붙이는 등의 조치 필요. 셋째, 삼외당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담은 안내판 설치. 넷째, 도난에 대비해 현판은 별도 장소에 보관하고, 복제본 현판을 제작해 걸어 둘 것”을 지적했다.
삼외당은 홍함이 여러 명사들과 주고받은 시문(詩文)이 적힌 현판 등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순창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현판에는 홍함과 교류한 선비 백호(白湖) 임제(林悌), 순창군수와 전라도 도사를 지내고 임진왜란 때 장성에서 의병을 일으킨 오봉(鰲峰) 김제민(金齊閔), 담양에서 의병으로 참가한 충장공 양대박(梁大檏) 세 사람의 시가 걸려 있다.
멀찍이 떨어져 바라본 삼외당과 울창한 숲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왜가리떼의 배설물로 인해 흉물스럽다. 군청과 남양홍씨 문중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