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 독자(풍산 죽곡)
가을걷이의 막바지에 이르러 땅속의 보약, ‘생강’을 캐러 온 가족이 함께 나갔다. 한참 생강을 캐내다 아이가 발견한 작은 몽우리. “이게 무엇이냐”는 아이의 물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생강 줄기 틈에 엄지손가락만한 꽃망울이 올라와있었다. 평생을 논밭에서 땅과 곡식과 함께 살아왔지만 ‘생강꽃’은 보지 못했는데 함께 일하시던 70을 넘기신 어르신도 마찬가지란다. 이 속에서 과연 어떤 꽃이 피어날까. 억지로 벌려 꽃을 피우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번 캐낸 생강을 다시 심어 놓고 보기도 그렇다. 생강에도 꽃이 핀다는 걸 이제 알았으니 내년에는 매일 생강 줄기를 뒤져보겠지. / 김형영(풍산 죽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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