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상 기자
‘순창설씨 부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국악 오페라, 판소리와 오페라의 만남 <항아리 아씨전> 공연이 지난달 28일 오후 7시 30분 향토회관에서 열렸다.
향토회관 객석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자리를 잡았다.
<항아리 아씨전>은 조선 최초의 여성 문장가이자 서화가인 순창설씨 부인과 남편 신말주의 사랑 이야기를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오페라, 아카펠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삽입한 창작곡으로 구성돼 관객들에게 흥겨움과 감동을 함께 선사했다.
도창이 국악 실내악의 연주에 맞춰 판소리를 포함해 벨칸토 창법의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오페라는 한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줬다.
공연 관람을 마친 한 주민은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관람했다”면서 “‘국악과 오페라’가 결합된 다소 생소한 분야의 공연이었는데, 국악 연주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조화를 이루면서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순창설씨 부인을 주제로 다룬 공연이 순창에서 열려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순창을 알리는 이런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문예회관 기획‧제작 프로그램 ‘참 좋은 순창’으로 마련된 <항아리 아씨전>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 순창군이 주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했다. 공연은 전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문화포럼 나니레’에서 맡았다.
신말주의 정부인 ‘순창설씨 부인’은?
〈권선문첩〉(勸善文帖) 남긴 여류 문예가
귀래정 신말주(申末舟, 1429~1503)의 정부인 순창설씨(薛氏) 부인(1429~1508)은 조선시대 수많은 여류 문예가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 활동한 사람이다.
지난해 6월 30일 출간된 《정부인(貞夫人) 순창설씨(淳昌薛氏)의 삶과 예술》(공동 집필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기범 경기대 서예학과 교수)을 보면 순창설시 부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기범 교수는 특히 설씨부인이 남긴 〈권선문첩〉(勸善文帖)에 대해 “우리나라 여류 문예사에 몇 가지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권선문첩〉은 뛰어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일찍이 위당 정인보는 “그 문장의 왕양(汪洋), 아려(雅麗)함이 세인의 한문(罕聞)한 바이다”라고 극찬했다.
둘째, 〈권선문첩〉의 글씨는 여류 서예사에서 가장 훌륭한 글씨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매인 곳 없이 호방하고 자유스러우며, 당시에 유행하던 송설체의 경향을 나타내지만 설씨부인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평할 수 있다.
셋째, 서두에 실려 있는 두 폭의 산수화는 조선조 최초의 청록산수화(녹색과 청색 안료를 주조로 그린 채색 산수화)이자 뛰어난 작품이다. 일부 연구가는 조선조 최초의 청록산수화 작가로 설씨부인을 지목하고 있다.
넷째, 〈권선문첩〉에 나타난 훌륭한 부덕(婦德)이다. 남편 신말주에 대한 내조뿐만 아니라 아들과 손자들을 훌륭하게 키웠고, 권선문에 담긴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선행을 권하는 것이었다.
김슬옹 원장은 “보물 728호인 〈권선문첩〉이 국보로 격상해도 좋을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