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처럼 무덥던 지난 15일, 전라북도 14개 시·군 농민회원들이 햅 나락으로 가득 채운 가마니(톤백)를 전라북도 도청 대로변에 높이 쌓았다.
전국농민회 전라북도연맹 이대종 의장(부안군)이 “농민생존권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참석한 농민회원들이 함성과 박수로 항쟁을 다짐했다.
전북도의회 오은미 의원(진보당·순창군)은 “쌀이 무너지면 농업이 무너지고, 농업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함께 싸워 이기자”며 투쟁 열기가 여름 한낮보다 더 뜨거웠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철우 경북지사 등 쌀 주산지 8개 광역자치단체장(경기·강원·충남·충북·전남·전북·경남·경북)들이 ‘쌀값 안정’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추수 앞둔 논, 갈아엎는 성난 ‘농심’
민족의 명절 추석 즈음에, 대한민국의 들녘 한쪽에선 콤바인이 나락을 베고, 다른 한쪽에선 트랙터가 논을 갈아엎는다. 애써 가꾼 나락을 수확하는 콤바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거친 엔진 소리를 품어내는 집채만 한 트랙터가 자리 잡았다. 농민의 피와 땀이 담긴 작물과 농토를 갈아엎는 저항과 분노가 온 들녘에 가득하다. 자식 키우듯 정성 들여 가꾼 나락이 트랙터에 짓이겨져 논바닥에 널브러진 볼썽사나운 모습을 지켜보는 농민들 가슴은 숯검정이다.
부자·대기업 지원에 ‘혈안’ 농심에는 ‘나 몰라라’
부자와 대기업 돕기에 혈안인 윤석열 정부는 쌀값 폭락에는 무관심·무대책이다. 비료대·농자재비·인건비 등 생산비는 치솟았고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으며 투쟁 선포대회를 열어도 정부는 믿을 만한 대책 하나 내놓지 않는다.
40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아무개(풍산 두승) 씨는 “농민에게는 쌀이 월급이고 쌀값이 반토막 나 못살겠다는데 대통령 영빈관 짓는데 800 몇 십억 쓴다는 소리만 되뇌는 이런 나라에 무슨 희망을 거냐”고 반문한다.
순창군농민회 남궁단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쌀값 대책을 촉구했는데 정부는 오히려 관세를 없애며 외국 농산물을 무차별 수입해 국내산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렸다”면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 농민을 무시하고 농업을 포기하는 정부에 맞서 다시 가열찬 식량안보와 국민생존권 쟁취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농민단체들은 오는 11월 16일 전국농민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