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표한 시골쥐 / 투표안한 서울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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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투표한 시골쥐 / 투표안한 서울쥐
  • 김인화 독자
  • 승인 2010.07.30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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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화 (유등 유촌)

오랜만에 서울 친척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하다보니 자연스레 선거 뒷이야기가 화제거리였다. 선거 끝난 지 얼마 안됐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순창은 투표율이 70%가 넘는다고 하자 시골이라 그런다면서도 다들 놀라워한다. 이때 한 친척이 “시골과는 달리 서울 사람들은 다들 살기 바빠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그곳 분위기를 전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투표율이 떨어진다.” 설명한다. 그리고 “대통령선거나 되면 모를까 지방선거는 관심이 없어 투표 안했다.” 덧붙인다. 또 수험생을 둔 부모입장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 확성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나 지르고 다니고, 시끄러운 음악이나 틀어대는 바람에 창문 여닫느라 선거기간 내내 짜증났다”며 옆에선 아예 한 술 더 뜬다.

정말이지 가관이다. 아니 그럼 시골은 한가해서, 할 일 없어서 투표율이 높다는 건가? 다들 사정이 있고 생각이 다르다는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을 한가한 사람들이라 폄하하는 태도는 도대체 뭔가? 그리고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지, 쿨한 척하며 자랑스레 큰소리 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또 순창학생들은 공부에 신경 안 쓰나? 내 친척의 의식수준이 저 정도 밖에 안되었나? 이런저런 생각에 순간 머리가 띵해지고,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지방선거의 중요성도 설명하고,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그런 소음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자식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참교육이라 본다며 항변도 해봤지만, 서로 입장이 틀려 그런 거라고 오히려 역공한다.

정말 이 사람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싶어 본격적으로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아는 대로 조목조목 따져가며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는 중, 다음에는 꼭 투표할테니 제발 그만 하란 말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좀 싸해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웃어넘길 걸 쓸데없이 오버했다 싶기도 하고, 마치 서울에 간 시골쥐와 동병상련이라도 했던 듯 괜히 흥분했단 생각도 들어 지금도 좀 머쓱하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따져봐도 순창에 사는 내가 ‘바쁜(?) 서울쥐보다는 한가한(?) 시골쥐인 게 오히려 더 자랑스럽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말나온 김에 다음 선거 땐 ‘투표율 전국 1위’에 빛나는 순창의 매운맛 좀 보여주면 어떨까, 좀 엉뚱하고 재미있는 제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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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2015-08-18 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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