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춘추/ 이처럼 교묘한 계략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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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춘추/ 이처럼 교묘한 계략을 써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11.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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晏子春秋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1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얘기이다. 규타문논공흘도, 결과삼개인기도이자살료(叫他們論功吃桃, 結果三個人棄桃而自殺了) : 그들에게 공을 논하여 복숭아를 먹게 한 결과, 세 사람이 복숭아를 포기하고 자살하였다.

공손첩(公孫捷), 전개강(田開疆), 고야자(古冶子) 세 사람은 전국(戰國, BC 475-BC221)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의 최고 공신들이었다. 그들은 무예가 뛰어나고 용맹하였을 뿐만 아니라 글 쓰는 것도 남 못지않았다. 다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사람들 앞에서 무례하게 굴고 매우 거만하여 어떤 때는 경공 앞에서조차 버릇없이 굴기도 하였다. 그래서 경공은 그들이 모반할까봐 늘 걱정이 된 나머지 후환을 없애기 위해 ‘세 사람을 모조리 제거할 수 없을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 공신의 공로가 워낙 큰지라 그들을 죽일만한 구실을 생각해내기가 어려워 당시 지혜가 많은 안자(晏子)를 불러들여 상의하기에 이르렀다. 

안자가 마침내 한 가지 꾀를 생각해내어 경공에게 ‘복숭아 두 개를 갖고 세 공신들에게 선물’하여 그들끼리 분쟁이 일어나게 하라고 말했다.

“복숭아는 단지 두 개뿐인데 세 명 모두 다 스스로 자기의 공로가 최고라고 주장하면서 복숭아 선물을 받으려고 다투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자기편끼리 서로 죽이게 될 것입니다.”

며칠 후 경공이 문무백관을 모이게 한 다음 복숭아 두 개를 앞에 놓고는 나라의 공이 제일 큰 자가 있으면 누구든지 복숭아 한 개씩을 가져가라고 말하였다. 과연, 공손첩과 전개강이 앞 다투어 나와 자기의 공이 크다고 말하고는 한 개씩을 가져갔다. 그러나 복숭아를 차지하지 못한 고야자는 두 사람이 의기양양하며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이전에 폐하가 강을 건널 때 커다란 자라가 나타나 폐하가 타고 있던 말을 다치게 하고 또 배 바닥을 치고 들어와 하마터면 배가 뒤집힐 뻔했었지요. 그때 제가 급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자라를 잡아 죽이고 폐하의 생명을 구하였지 않습니까? 이렇게 공로가 큰데도 폐하가 주시는 복숭아를 받아 갈 수가 없단 말입니까?”

경공이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복숭아를 다시 갖고 나와 고야자에게 주라고 하였다. 공손첩과 전개강이 사람들 면전에서 이처럼 모욕을 당하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 자살하고 말았다. 고야자는 친구처럼 지내던 두 공신이 자살하는 것을 보고 매우 침통해 하였다.

“두 공신들이 죽고 나 혼자만 살아있다는 것은 어질지 못한 일입니다. 제 자신의 공로를 칭찬하여 다른 사람을 수치스럽게 하였으니 의롭지 못한 놈이 되고 말았습니다.”

손에 쥔 복숭아를 다시 경공에게 돌려주고 스스로 목을 베어 죽었다.

복숭아 두 개로 세 명의 용사를 한꺼번에 죽였다는 이 고사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모략을 써 솔직하고 정직한 부하를 죽였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진상이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다른 사람의 모략에 의해 서로 죽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성어로 <삼십육계제삼계(三十六計第三計)>인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있다. 남의 칼을 빌려서 보복하고 싶은 사람을 죽이다.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해친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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