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 틀어 농사짓게 해준다더니 알고 보니 취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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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틀어 농사짓게 해준다더니 알고 보니 취수원”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12.0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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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사업소 주민 반발에 첫 주민설명회 가져

▲ 지난 달 23일 복흥면사무소에서 열린 복흥·쌍치면 생활용수 개발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위는 대가저수지.

생활용수 취수원으로 지정된 복흥 대가저수지 인근의 주민들이 정작 이 사실을 5년 동안이나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된 이 사업은 복흥ㆍ쌍치면 생활용수 개발사업으로 지난 2006년부터 추진돼 왔다. 대가저수지는 현재 50만톤(t) 규모인 담수량을 200만톤까지 올려서 쌍치면까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총 사업비는 200억원 규모이며 광특회계 160억, 군비 40억원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 현재 저수지 입구부터 복흥면 석보마을까지 수로관 매설이 끝난 상태고 저수지 제방을 높이는 공사가 예정됐지만 시행 시기는 알 수 없다.

복흥면 주민들은 최근 이 공사가 무슨 공사인지를 알아보다가 이 같은 사실을 접하고 경악했다. 수년간 추진해온 이 사업을 아무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수량이 부족한 대가저수지의 물을 끌어 쓴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친 상하수도사업소는 지난 23일 복흥면사무소에서 첫 주민설명회를 열었고 맹비난을 받았다.

대가저수지 수계지역인 월성, 자포, 덕흥, 대가마을 주민들은 사업 실효성과 더불어 절차상의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설주원 상하수도사업소장은 “공사는 주민들이 원해서 한 것이며 지난해 9월 15일 안전기원제 때 마을 이장과 4개 마을 주민을 초청해 강인형 전 군수가 설명했으며 수도시설 결정시 일간지와 인터넷에 공고했다”고 말했지만 해당 마을 주민들은 정작 “안전기원제에 간 사람도 거의 없고 일간지와 인터넷으로 이를 확인하는 사람도 없으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한 주민은 “강 전 군수가 와서 했던 말은 수도꼭지만 틀면 농업용수가 상시 나오는 식으로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었고 생활용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설 소장은 설명회 내내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꺼렸다.

대가저수지의 부족한 수량으로는 쌍치면까지 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상칠(51ㆍ복흥 반월) 주민대표는 “복흥면내 5대 저수지 중에 평균 담수율이 60%가 안 되는 곳이 대가저수지 뿐이다. 유입되는 물이 적어 접시에 담긴 꼴이다. 고여 있으면 썩는 것은 당연하니 수질이 언제까지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저수지를 옆에 두고도 물이 부족해 관정을 뚫어 쓰는 실정”이고 “갈수기에 물이 적다고 수로개방을 안 해 싸워서 물을 댔다”는 발언 등이 이어졌고 생활용수로 물을 공급하다 수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부득이 농업용수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수량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쌍치면으로 물이 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민 의견에 설 소장은 “수량을 봐가며 저수지 인접 마을부터 복흥면, 쌍치면 순으로 수혜지역을 확대하겠다. 한 번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부족한 수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군과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숭상 및 바닥 공사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정부로부터 해당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상수도시설인 수로관은 환경부 해당 시설이고 자금을 받아 미리 공사를 했지만 저수지는 농림수산식품부 해당시설이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사가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임시포장 된 복흥면 주도로는 끊임없는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실정이다. 편도 1차선인 이곳 도로의 1m 가량은 수로매설 이후 원상복구 되지 않았으며 수많은 차들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도록 부추기고 있다. 박현용 구산마을 이장은 “관로매설 구간 노면이 울퉁불퉁해 평소에도 대형차량이 다니면 위험한 경우가 많이 있고 겨울에 눈이 오고 얼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날 우려가 더욱 크다”며 도로보수를 요구했고 설 소장은 “문제가 심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스콘을 덧대어서라도 보수하겠다”며 이를 수용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사업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 없이는 사업을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해마다 반복되는 봉덕리 일대 상습 침수문제 해결 등 주민숙원사업도 언급됐다. 박 대표는 “배수로를 별도로 안 내고 용수로를 배수로로 쓰기 때문에 봉덕리는 항상 여름이면 물 피해를 봤다. 그 아픔은 전혀 치유되지 않고 있는데 공사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며 숙원사업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생활용수 개발사업은 이 외에도 저수지 유역의 토지 수용 등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당초 사업기간은 2012년 12월 까지지만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숭상공사는 아직 계획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수로를 만들어놓고도 수년간은 쓰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설명회 당시 주민은 절차상의 문제를 가장 크게 언급했지만 군의 결과보고서에는 이 내용은 철저히 배재됐다. 엇박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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