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했던 말들이다. 기억에 남은 말들이다. 여전히 말소리가 들린다. 말과 말 사이에 할머니의 산책을 넣어두었다. 요양보호사 이문자 선생님이 일지로 적어둔 것이다. 할머니가 살아계신 것처럼 곁에 있다.”
지난 12월 21일 정순란(90)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여균동 감독이 특별한 책자를 발행했다. 진분홍색 표지에는 <할머니의 말을 적어둔다 “아무도 몰라”>라는 제목이 쓰여 있다. 책 서문 격에 해당하는 글에 여균동 감독은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를 할머니로 부르기 시작했다”면서 “아이들 시점으로 칭호가 변해갔다”고 썼다. 그러면서 “누구 엄마, 아빠, 할머니… 자연스럽고 심오하다”고 책자에 시의 형식으로 40편의 글을 넣었다.
첫 번째 글의 제목은 “아무도 몰라”이다.
제일 많이 하신 말이다.
혹시 우리들이 잘못한 게 있나 싶어 물어본다.
“뭘 몰라요?”
“…아무도 몰라.”
잦아드는 메아리로 돌아온다.
아무도 몰라.
그렇지, 알 수가 없지.
산다는 게 그렇고
죽는다는 게 그렇고
지금이 그렇고
옛일도 그렇고
앞일도 그렇다.
“아무도 몰라.”
그래도 궁금하기만 하다.
뭘 모른다는 걸까?
마지막 40번째 글의 제목은 “가거라”이다.
오자마자 하는 말이다.
“가거라.”
당신은 충분하니 어서 다른 볼 일 보라는 뜻이다.
스스로 낮추고 스스로 물러서는 말이다.
때론 당황스럽기도
때온 안쓰럽기도 하다.
대접받은 삶을 살아온 적이 없는 자의 말이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살아온 흔적이
아프다.
“어여 가거라.”
정작 당신이 어여 가셨다.
이 말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었다.
…
다 담지 못하였다.
여 감독은 어머님 타계 후에 어머님의 생전 말씀을 기록으로 남기며 마음을 추슬렀을 것이다. 어머님의 말씀은 새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일구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