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살이]순창 정월대보름 문화를 체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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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살이]순창 정월대보름 문화를 체험하며…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3.02.0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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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월에 외가가 있는 순창에 들렀다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착했을 때, 한참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 내가 사는 마을은 주민들 왕래가 적어 조용했으며 순창읍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이후 혹독한 시골집 추위를 겪으면서 2022년이 밝았다.

봄이 오면서 마을마다 농사준비로 분주했고 코로나19의 기세가 점차 수그러들자 몇 년 동안 개최되지 못했던 각종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여러 단체의 체육대회, 각종 기념일 그리고 세시풍속에 따른 행사들이 여기저기에서 열렸다. 매주 공지되는 군청 주간행사계획표를 보면서 나는 그 많은 행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행정)의 지원유무가 각각 다르겠지만 읍민의 날, 면민의 날, 세시풍속 행사를 가보면 주민들이 직접 행사를 준비하고 음식을 장만하며 행사 뒷정리까지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시에서는 행사대행업체가 하거나 인건비가 지급돼야 행해질 일들이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개면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는 유등면은 유등고뱅이농악단’, 구림면은 주민자치위원회, 동계면은 동계면청년회가 각각 주관했으며, 각 마을단위 행사는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했다. 행사개최비용은 주관단체의 부담이나 각 사회단체의 후원으로 마련했으며 달집만들기, 행사준비, 농악공연, 음식준비도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문화는 우리 조상들의 품앗이, 두레, , 향약 같은 협동생활이며 주민자치와 지역·마을공동체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나 전주 등 도시에서도 예전에는 이런 문화가 있었겠지만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군단위 지자체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공동체주민자치같은 용어가 도시에 살던 나에게는 생소한 용어였다. 주민참여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연구한 자료를 조사했고 보고서를 요약해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최인수 연구위원은 초고속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는 국가 성장·발전의 한계로 저성장시대의 인식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산업사회의 고도화와 성장의 둔화로 인해 심해진 사회양극화와 고령화 심화, 지방인구감소, 지역소멸의 위기,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하며 지역사회 문제해결과 현안대응에 관(행정) 주도적 해결방식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래서 양적 성장보다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고 주민의 창의력과 다양성에 기반한 해결방식이 필요하며 따라서 지역·마을공동체의 역할과 주민자치는 매우 중요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분석한다.

주민참여와 공동체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자발적 주체로 소통, 나눔, 참여, 공존, 배려, 협동의 정신을 지닌 지역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민과 지역사회가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 수혜자, 수요자가 아닌,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능동적인 문제해결의 주체 혹은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출처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2녀 주민참여 활성화 정책 컨퍼런스’]

우리 조상들은 종교뿐 아니라 농사짓는 일, 함께 즐기는 놀이에서도 마음을 하나로 모았고 특히 농사짓는 일은 무척 힘들어 서로 돕지 않고서는 해 나가기가 어려웠다. 마을을 이루고 모여 사는 사람들끼리 무엇이든 함께한다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정월대보름 취재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동안 구제역이 있었고 코로나도 있었고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어요. 몇 년 동안 열지 못했더니 행사 관련 자료도 찾기 힘들고, 달집을 만들고 행사 준비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민속놀이 풍습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여러 지역사회단체들의 협력으로 이렇게 대보름 행사를 준비했고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대부분 세월을 도시에서 보냈던 사람들은 이 같은 문화와 감성을 절대 알 수 없다. 시골에 들어가 마을주민들과 어울리며 살아봐야 아 이런 거였구나라고 겨우 감을 잡을 수 있다. 나는 이제야 지역인구감소, 사회 양극화 등 심각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실제로 깨달았다. 3일 동안 내가 만나본 정월대보름 행사 주관단체 회원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사라져가는 문화, 감성, 풍습을 살리려고 노고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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