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게 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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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게 나를 묻다
  • 박붕서 교장
  • 승인 2023.04.05 07: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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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붕서 복흥초등학교 교장

어느 모임에서 철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졸리고, 따분하고, 말장난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나와 다 같이 웃었다. 왜 웃었을까? 철학이 어려운 언어에다 심각한 주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뭔지는 잘 모르지만 삶을 제대로 살려면 재미없어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깊은 곳에 고민을, 그런 것 없어도 잘 살 수 있어라는 항변의 용기에 동의해서였을 것이다.

<철학에게 나를 묻다>는 이런 이들에게 철학은 당신의 삶의 일상에 함께 있다는 것을 단순하게 알려주려고만 하지 않는다. 이 책은 학문적인 철학적 주장이나 이론들이 우리의 삶에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 첫 번째 필요성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찾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클릭하는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클릭하는 현대인의 삶이 기술에 근거한 기계적인 삶은 아닌지, 그런 삶을 극복하고 어떻게 하면 예술적인 삶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소비라는 행위가 돈 만능주의와 연관이 되어 현대인의 능력에까지 어떻게 이르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가 어떻게 계층을 분화시키고, 시민을 소비의 주체로 만드는지 설명한다. 노동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은 노동의 부재가 곧 삶의 결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비천한 인간 행위로 여겨져 노예의 일로 치부되었던 노동관이 어떻게 칼뱅의 신의 소명으로 전환됐는지, 이는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의 직업윤리가 됐는지 역사적 고찰을 한다.

두 번째 필요성은 성찰적인 태도에서 찾고 있다. 즉 나의 일상을 공동체 속에서, 세계사회 속에서, 공동체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을 지각하고 반응하는 차원을 넘어서 어떻게 사유해야할까 고민하라고 한다. 나는 누구로 살 것인가? 일방적으로 이미지를 좇고 가상현실을 소비하지 말고,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 것만을 소비하라고 한다.

방황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목적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삶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과정이 방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만의 고유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내 머릿 속에 들어온 남들의 생각이 발전된 경우일 수 있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자신의 고유한 삶을 위한 몸부림이 방황이므로 마치 소풍이라도 즐기듯 자유분방하게 방황하라고 한다.

나머지 주제들도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철학적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책의 앞 부분 주제들(클릭, 소비 등)은 우리의 일상과 관련이 되면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니 솔깃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읽는 것이 힘들어졌다. 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그 철학으로 내 일상을 바라보자니 어떤 일상은 이해가 됐고, 어떤 일상은 뻔한 이야기로 와 닿았다. 그러다 보니 계몽받는 느낌이 들면서 자기계발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위 주제들에 대해 어설피 알고 있는 나의 문제인지, 우리 일상이라는 것이 너무나 다양해서 설명하다 보니 일반화할 수밖에 없어서인지, 비판적 관점의 대척점에 내 일상이 있는 것 같아 너무 반성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비교하는 방법이 이분법적이다 보니 어느 하나는 옳거나 정의롭고, 다른 하나는 틀리거나 정의롭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계와 사유’, ‘기계적인 삶과 예술적인 삶’, ‘소비와 향유’, ‘놀이와 일상’, ‘자발성과 강요’, ‘이기심과 공감 능력’, ‘선과 악등의 비교는 잘 헤아려 읽을 필요가 있겠다.

철학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 해석하기도 바쁜데 그 속에 내포한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까지 가져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의도하는 것은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철학자의 태도를 갖는다면 그 또한 철학하는 삶일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내 삶의 태도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동사로서의 철학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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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2023-04-12 11:43:31
철학하는
사람이
보는 인간관은?

"자신을 포함하여 인간이 완전히 못한
결핍투성이에 지나지 않음을 절실히
깨닫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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