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짐독/ 그저 안일만을 쫓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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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짐독/ 그저 안일만을 쫓다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12.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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宴安酖毒 잔치 연, 편안할 안, 짐새 짐, 독 독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2

춘절이 되어 중국 언론에 ‘연안짐독(宴安酖毒)’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한 중국지인에게 무슨 말인가 하고 물었다.

“아, 그거요? 중국지도부가 고위공직자들에게 명절에 집에 앉아 안일과 향락에 빠지거나 뇌물을 받지 말라고 경고하는 말이지. 이에 맞춰 주석, 총리 등 고위급들은 고생스럽더라도 연례행사처럼 지방나들이를 가게 되어 있지.  명분은 참 좋아.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그들은 위로하고,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정책을 찾는다는 거지.”

“하지만 고위급들이 그리하면 밑에서도 따라 해야 할 터인데, 공무원들이 명절에 쉬지도 못하고 불만이 있겠네요.”

“그보다는 하급공무원과 라오바이씽(老百姓)만 고생하지. 자기들은 높은 사람입네 하고 폼을 잡고 다니며 사진이나 찍지만…, 그들이야 높은 사람 온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 거리청소도 해야지, 가 볼 장소도 물색하고, 만나는 사람 사전공작도, 또 필요한 경호도 해야지…, 자기들도 못 쉬는 거지. 라오바이씽은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치고 기쁜 모습으로 웃어줘야 하고….”

“어디나 비슷한 모습이군요.”

좌구명(左丘明)이 쓴《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온다. 융적시랑, 불가염야, 제하친닐, 불가기야, 연안짐독, 불가회야(戎狄豺狼, 不可厭也 諸夏親  , 不可棄也, 宴安  毒, 不可懷也) : 융과 적은 승냥이와 이리처럼 욕심이 한이 없습니다. 하나라의 여러 제후들과 서로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이니 형 나라를 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한가하고 편안한 것은 짐독과도 같은 것이니 이것을 품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의 보좌에 힘입어 당시 제후의 맹주가 되어 각 나라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어느 해, 동북지역의 적족(狄族)이 형(邢)나라를 쳤다. 작은 형나라는 적족의 침략을 당해 낼 수 없어 할 수 없이 제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환공은 제후들의 맹주로서 자그마한 나라에 불과한 형나라를 위해 적족과 싸워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이에 관중이 의견을 내었다.

“융(戎)과 적(狄)은 모두 야만적인 흉노족으로서 그들이 욕심을 내면 한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형나라를 점령하면 또 다른 나라로 손을 뻗어 결국 모두 점령하려 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형과 우리는 모두 주(周)나라에서 나온 제후입니다. 이런 관계를 봐서라도 그들을 구해내야만 할 것입니다.“

관중은 또 다시 정중하게 말하였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더 중요한 것은 하나의 나라가 장기간 안일함 속에  안락한 생활이 오래되면 맹독에 중독된 것과 같아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이것은 왕의 패권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왕은 바로 군대를 보내 형나라를 구원해야만 합니다.”

환공이 듣고 맞는 말이라고 느껴 바로 출병하여 형나라를 구원하였다.

연안(宴安)은 안일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며 짐독은 짐새의 깃털로 침전한 독주(짐주)를 말한다. 훗날 사람들은 관중의 이 말을 ‘한 나라 또는 개인이 향락에 빠지면 짐독에 중독되는 것처럼 화를 당한다’는 말로 비유하였다. 향락을 일삼는 것은 짐주로 자살하는 것과 같으며, 안일에 빠지면 큰 해를 입는다며 안일을 빠져 나태한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또 ‘행실이 바르지 못하여 놀고 즐기는 것은 마시면 죽는 독주인 짐주의 독과 같아서 사람의 몸을 상하게 한다’는 말이 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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