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공동체 순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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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공동체 순창을 꿈꾸며
  • 최수진
  • 승인 2023.04.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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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순창읍 순화)

지난 14일 오후 1,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는 각종 깃발 아래 군중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수는 400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은 장애인, 노동자, 농민, 정당, 시민단체, 청소년 단체, 개인 및 가족 단위의 일반인 등으로 기후정의, 함께 살기 위해 멈춤!’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후위기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순창에서도 몇 명의 주민이 참가했으며 현장의 기운을 가득 받고 왔습니다.

기후정의는 지금의 기후 변화가 소수 선진국들과 거대 기업들이 그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로 인한 다양한 재난에 대한 대응 및 적응 정책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소수가 저질러 놓은 재난을 지구인이 다 같이 고르게 감당해야 한다고 해도 억울한데, 그 소수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고 나머지 인류 대부분은 예측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면 지구에서 산다고 해서 우리가 동등한 인류일 수 있을까요? 결국 기후정의는 적응 과정에서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정책이 정면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에 방점을 찍습니다.

저는 50년도 훨씬 넘는 시간을 대도시(부산, 서울)에서만 살다가 지난 3월 중순 순창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서울에서 다양한 기후환경 활동을 했지만, 손가락으로 버튼 누를 힘만 있으면 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대도시에서는 개인적으로 제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의 운전대를 주체적으로 잡고 가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뉴스로 접하는 기후 문제와 연대로만 연결되는 지역 현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연히 순창으로 여행을 오게 되었는데, 가뭄으로 말라가는 논밭과 골프장 확장 문제로 갈등하는 지역의 상황을 보고, 지금까지 지역문제를 소식으로만 전달받던 때 느낀 감정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가 치고 올라왔습니다. 도시에 사는 타자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것은 바로 내 문제라는 주체성을 자각하는 벅찬 감정이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었지만 제가 귀촌을 결심하고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주체가 되어 기후재난에 대응하고 적응의 삶을 모색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실상 안전한 삶에 대한 욕구의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개인이 시민으로 존재하는 이상국가가 기후재난에서도 안전하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말입니다.

해마다 올해는 산불이 얼마나 더 자주 발생할까, 폭염 일수는 얼마나 될 것이며 쪽방에서 지내는 분들은 또 어떤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나, 폭우가 쏟아질까 가뭄에 목이 마를까 하며 얼마나 많은 농민이 애타게 논이며 밭을 바라봐야 할까, 노동자들이 기후 변화에도 안전한 조건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지역에서 혹여라도 골프장을 만들어 세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팔을 걷어붙이지나 않을까, 또 어떤 전염병이 발생하여 약자의 일상이 멈추고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들이 일시 해고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별개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문제는 안전에 대한 이야기이고, 현재 상황에서 인간의 안전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하여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심각해진 기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인한 안전의 문제가 심각한 논쟁거리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위 가진 자들은 살아남을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없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재난 앞에서 무력한 약자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약자라고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어떤 재난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날씨 상황에 피할 길 없는 우리는 약자입니다.

기후로 인한 재난은 국가나 지자체가 앞장서서 정책으로 대비해야 하며 그 정책의 내용은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기후정의는 우리 가까이에서 실천될 수 있고, 우리는 국가 정책에서 이웃 누구의 안전이 빠져 있지 않은지 눈과 귀를 열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기후재난으로부터 정의로운 공동체로 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순창에서도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기후재난을 늦출 수 있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기를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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