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장터에 자리한 ‘2대째순대’ 박미희(30) 사장이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화제다.
지난 16일 읍내 장날 오후 1시 30분 무렵 식당에서 <열린순창>과 마주 앉은 박미희 사장은 “얼마 전 고두심 선생님께서 저희 가게를 방문하셨는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한 달에 150만원씩 5년가량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1억원 기부는 순창에서 제가 1호라고 해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빈 자리 채워
박 대표는 “몇 년 전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께서 혼자 힘들게 일하시는 게 안쓰러워서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가게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면서 “제가 젊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되고 해서 5년간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2대째순대’를 아버지 박승일 씨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하지만 간판 상호는 ‘2대째순대’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곁에서 순댓국을 먹던 한 주민은 박승일 씨를 바라다보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3대째로 바꿀 것”이라고 대화를 거들었다.
아버지 박 씨는 딸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줬지만 지금도 매일 같이 순대 재료를 직접 고르고 손질하고 있다. 박미희 사장은 “저희 가게는 아버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생물로만 재료를 책임지고 계신다”면서 “2대째순대의 자랑은 ‘정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점심식사를 마친 한 주민은 “순창의 음식이 맛은 있는데, 주인과 종업원들이 친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런데 2대째순대는 언제 와도 모든 직원이 항상 웃으며 손님들을 친절하게 대해줘서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장날 주민들 줄어 안타까워요”
순창에서 나고 자란 박미희 사장은 올해 서른 살이다. 순창을 떠나지 않고 가업을 잇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9살 차이 나는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지금 경찰을 하고 있어요. 오빠는 오빠대로 자기의 일을 해야 하니까… 제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가게 일을 맡았어요. 내년 가을에는 어릴 적 동네 오빠랑 결혼할 계획인데, 지금 예비 신랑이 함께 일을 돕고 있어요. 하하하.”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박 사장은 ‘동네 오빠 예비 신랑’ 이야기를 하면서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2대째순대는 장날 다음날에 한 번씩 한 달에 4번 문을 닫고 쉰다.
박 사장은 “쉬는 날에는 운동도 하고 예비 신랑이랑 데이트도 한다”면서 “어렸을 때는 장날이면 장터가 사람들로 꽉 찼는데, 지금은 인구가 줄면서 주민들이 많이 감소한 게 피부로 느껴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그래도 우리 가게는 담양에서도 찾아와 주시고, 강천산 관광객들과 순창승마장 손님 등 외지에서 많이 방문해 주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끝으로 젊은이답게 새로운 포부를 전했다.
“순댓국 장사가 주민들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재료 준비에 손도 많이 가고 일도 고된 편이에요. 하지만 2대째 늘 그래왔듯이 저 역시 순창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껏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요. 순대국 밀키트(간편식)를 만들어서 판매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지금처럼 주민 분들께서 저희 가게를 계속 애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