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농사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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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농사는 교육이다
  • 구준회
  • 승인 2023.06.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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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풍산 두지)

이달 초, 서울 지역 4개 학교에 상자논 모심기를 다녀오며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했다.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상추를 한 움큼 품에 안고 교실로 들어갔다. 무슨 상추인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생태수업에서 재배한 상추를 수확해서 집에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동대문구 한 고등학교에도 텃밭에 온갖 채소들이 심어져 있었다. 모심기에 참여한 한 학부모님께 어떻게 고등학교에 이런 텃밭이 있는지 물으니 서울시 혁신미래학교로 지정되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텃밭농사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중랑구 한 초등학교는 옥상의 텃밭에서 특성화프로그램으로 퍼머컬처(Permaculture)’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퍼머컬처란 영구적인이라는 뜻의 퍼머넌트(permanent)농업의 애그리컬쳐(agriculture)의 합성어로 농약 등 인위적인 행위없이 피복작물을 길러 땅의 지력을 높이고, 다년생 작물을 심어 흙의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생태계 자연순환 방식을 활용해 친환경적이며 지속적으로 농작물을 경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환경을 보존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충북 영동의 추풍령중학교의 퍼머컬처 숲밭학교프로그램도 시선을 끈다. 이 학교에서는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탄소를 땅에 가두며 생활 기술(농업기술)을 배우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소개한 학교들은 왜 생태수업을 운영하는 것일까? 농촌진흥청 원예원에서는 학교 텃밭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고 학교텃밭 정보포털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포털에서 텃밭의 필요성에 대해 농업·농촌의 사회공익적 가치를 공유하고 우리의 자원과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잠깐 우리 농촌지역의 상황을 돌아본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사회의 학생들은 생태, 환경, 기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주변에 매일 보는 것이 논밭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태, 환경, 기후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가고 기후위기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터득해가고 있을까? 그리고 농촌에 사는 아이들은 농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 사람 한 사람 물어보고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농업을 매력적인 진로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도시의 아이들은 퍼머컬처며 환경이며 기후며 학교가 가르치고 감수성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농촌의 아이들은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보는 경우가 드물고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농업은 청소년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단히 훌륭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식생활교육, 환경생태교육 등) 농촌 학교에서 농사 교육을 해야 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농업이 바로 학생의 가족, 마을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촌 아이들은 가족이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데, 농업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면 자존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이런 생태감수성의 필요성은 성장기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신문기사에 의하면 서울시 도봉구는 구민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총 25회에 걸쳐 매주 금요일에 2시간씩 퍼머컬처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도봉구청장의 말에 의하면, 이 교육을 통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기존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활용하는 친환경 농업 교육이 기후위기시대에 환경을 보호하고 소원해진 이웃과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순창읍내 골목을 다니다 보면 쓰임새 없이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땅을 목격한다. 또 면단위 마을에도 빈집과 비어있는 터가 즐비하다. 이 땅을 지역주민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퍼머컬처 교육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르신일자리 사업으로 보도블록 사이에 난 풀을 매는 일도 좋지만, 일명 어르신영농단을 조직해 퍼머컬처를 교육해드리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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