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밀본ㆍ세종, 자치ㆍ언론
상태바
뿌리깊은 나무…밀본ㆍ세종, 자치ㆍ언론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12.14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요즘 서울방송(SBS) 사극 ‘뿌리 깊은 나무’를 몰아보고 있다. 오래전 원작소설을 읽었으나 기억이 또렷하지는 않다. 어쨌든 책을 가까이하며 즐기는 편은 아니라 드라마로 보는 ‘뿌리…’는 볼수록 재미지고 매력이 있다. 못 보면 보고 싶다.

드라마 얘기를 꺼내기에 앞서 1976년 3월에 창간했다 4년 만에 정권에 의해 폐간되었던  잡지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소회를 지나칠 수 없다. 5ㆍ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 의해 긴급조치가 실행되던 때였다. 그 때 등장한 <뿌리깊은 나무>는 ‘문화’의 힘을 빌어서 꼿꼿하고 정갈한 자세로 곧은 소리를 알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잘사는 것은 넉넉한 살림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도 누리고 사는 것이겠습니다. ‘어제’까지의 우리가 안정은 있었으되 가난했다면, 오늘의 우리는 물질가치로는 더 가멸돼 안정이 모자랍니다. 곧 우리가 누리거나 겪어온 변화는 우리에게 없던 것을 가져다주고 우리에게 있던 것을 빼앗아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사는’ 일은 헐벗음과 굶주림에서뿐만이 아니라 억울함과 무서움에서도 벗어나는 일입니다.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맞을 슬기를 주는 저력 - 그것은 곧 문화입니다.” 잡지 <뿌리 깊은 나무> 창간사다.

드라마 ‘뿌리…’는 회당 제작비(5억원)에 놀라고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인 ‘뿌리 깊은 연봉계급’이라는 표에 이르면 ‘돈’과 ‘사람’ 관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번뇌가 치어 오른다. 세종은 전문경영인(CEO), 이방지ㆍ옥떨이는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 무휼ㆍ정인지는 공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심종수ㆍ조말생은 대기업 직장인, 똘복은 파견 나온 비정규직 등으로 묘사되어 있다. 기발한 발상이나 모두 세종이고 싶은 세태에서 현존하는 계급체제와 연봉차별에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민의 연봉은 어디 쯤 일까.

 ‘뿌리…’의 핵심은 글자와 권력의 대립이다.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제 뜻을 펴지 못한다’면서 한글을 창제한 세종과 ‘글자가 반포되면 성리학과 관료체제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양반 관료들의 치열한 싸움이 기본 줄거리다. “사대부가 권력을 지닐 수 있는 건 유학을 알고 한자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글자를 알면 사대부의 권력이 무너진다”며 대의와 진실을 막으려는 밀본과 그를 따르는 뇌동이 이어진다. 요즘 세태와 다르지 않다.
세종은 “조선을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이냐. 백성을 위한 대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 나의 답이다”라며 한글 반포(바른 정치)를 서두른다. 사대부들은 “주상의 글자가 반포돼도 아무도 쓰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글의 파급력을 부정한다. 요새 우리네 정치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특히 이 정권의 언론정책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이 시대의 ‘백성의 말’인 언론을 통제하기위해 방송사 사장을 바꾸고 진행자를 솎아냈다. 정의를 외치는 시사 프로그램들을 무력화시켰다. 심지어 코미디 프로그램의 풍자까지도 용납하지 않았다. 종편 채널 선정에 이르면 한계에 달한다. 조선, 중앙, 동아, 매경에 이르기까지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게 하는 충성경쟁을 부추겼다. 이 정권은 방송사와 거대언론을 장악하면 천년만년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백성들로부터 ‘글자’를 빼앗으면 백성의 머릿속까지 지배할 수 있으리라 믿은 것처럼.

하지만 대기업들이 돈벌이를 위해 들여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명박산성’을 쌓았던 권력의 발목을 잡았다. SNS는 당대의 한글창제에 비유할 만하다. 권력을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다. 정부가 허가해주지도 않은 ‘시시껄렁한 방송’인 ‘나꼼수’가 거대 미디어의 논리를 뒤집고 있다. 뒤늦게 이를 무력화시킬 법 제정을 시도했지만 이미 반포된 SNS는 세상 어느 것보다 강력한 미디어가 됐다. 돌과 최루탄 없이도 ‘분노한 손가락’을 움직여 처단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뿌리…’를 봐야겠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를 잘 새겨둬 세종과 같은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가려내는 안목을 길러야겠다. 내년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그다음 자치 의원과 단체장을 더 낮게 조합장, 이장 뽑을 때도 탈색한 거짓말과 달콤한 공약, 과장된 이력에 속지 않아야겠다. 민중을 끝까지 속일 방도는 어디에도 없다는 진리를 더 전파해야겠다. 우선 내가 존재하는 직장과 마을에서부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