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음주운전은 ‘패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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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음주운전은 ‘패가망신’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12.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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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운전자 적발, 가슴 아프지만 원칙대로

▲ 운전자가 술을 마신 차량은 티가 난다는 경찰들은 음주측정기가 없던 시절 모든 운전자의 입냄새를 맡아야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연말연시에 빠지지 않는 송년회는 때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돌고 도는 술잔에 대비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면허정지나 취소를 당하고 때로는 사고로 이어져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지난 2008년 43만4148건을 기록한 이후 작년에는 32만여 건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3회까지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는 좀체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나서게 된 이유다.

군 경찰서에서도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두 달 동안을 음주운전 특별단속기간으로 지정하고 수시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대체로 음주운전에 관한 군내 운전자들의 인식이 크게 좋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속에 관한 경각심은 놓지 않았다. 

지난 19일 저녁, 팔덕면 청계사거리에는 4명의 경찰관이 모였다. 음주운전 합동단속을 위해 모인 이들은 팔덕파출소와 구림파출소 소속이다. 군내 음주단속은 각 읍ㆍ면을 잇는 주요 구간에 해당하는 파출소 두 곳이 합동 실시하며 읍내 중앙도로 단속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지역경제를 죽인다”는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몇 분 서있자 발이 시렸다. 단속현장 기온은 영하 2도(℃)를 기록해 쌀쌀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입니다. 너무 추우면 차량 안에서 몸을 덥히며 교대로 하니까 할 만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몹시도 추웠던 지난겨울에 단속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 정도는 사실 훈훈한 편일지도 모른다. 청계사거리를 지나는 차량은 몇 분에 한 대 꼴로 적었다. 여름보다 겨울에는 통행량이 적고 강천산을 오가는 관광객도 이 시간에는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행량이 적다고 단속을 바로 접을 수는 없다. 음주단속은 예방활동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적발이 되던 안 되던 의미있는 일이다. 윤은식 경사(팔덕파출소)는 “술을 마신 사람과 안 마신 사람은 차이가 난다. 단속현장을 보고 멈칫하거나 갈지자 운행을 하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김영준 경사(팔덕파출소)는 “오늘 같은 날은 대부분 창문을 닫은 채 운전을 하므로 음주측정을 위해 창문을 내리면 술을 마신 사람은 바로 냄새가 새어 나온다”며 “심지어는 불지도 않았는데 기계가 먼저 반응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엄청 마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음주측정기가 단속업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정확도 시비를 가릴 일이 크게 줄어들었고 업무편의도 높아졌다. 요즘은 음주측정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재측정을 하지 않고 바로 경찰서에서 채혈을 한다. 운전자들이 종이컵에 대고 불고 냄새를 맡았던 과거의 행태는 경찰관에게 말 못할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많았다. 모두 경력 20년이 넘은 이들은 숱한 사람들의 입 냄새를 맡아야 했던 기억을 안고 있었다. 윤 경사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 하나만으로 고통이 느껴졌다.

30여분이 지났을 무렵 서정선 교통관리계장이 현장을 찾았다. 각 음주단속현장을 돌다가 이곳에 도착한 그는 내려서도 꾸준히 허리운동을 했다. 야근을 하는 날에는 숙직실이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서 자는 등 잠자리가 불규칙한 탓에 병을 얻은 듯 보였다. 야근이나 당직근무가 많은 경찰 업무 특성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군내 경찰사정은 직업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음주단속에서는 경찰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 생기곤 한다. 서 계장은 “운전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적발되면 참 안타깝다. 한 번만 봐달라며 무릎 꿇고 비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운전을 못하면 생계에 타격을 받지만 적발된 이상 봐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곤란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단속 중간 강천사거리에서 갤로퍼 차량을 검문하라는 무전을 받은 팔덕파출소 팀이 급히 출동을 나갔다 왔다. 총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돼 밀렵과 유해조수 수렵여부를 가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차가 도착했을 때 차량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또 다시 무전이 왔다. 이번에는 금과면에서 들어온 주취자 신변처리요청이었다. 이웃이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던 사람이 경찰이 도착하자 알아서 귀가하는 모습은 경찰 일의 보람이기도 하지만 때론 허탈함도 안겨준다.

팔덕파출소 팀이 무사히 일을 마치고 현장에 들어오고 나서야 음주단속은 끝이 났다. 이날 두 시간 동안 현장을 통과한 차량은 50대를 조금 넘겼고 적발된 운전자는 없었다. 윤봉수 경사(구림파출소)는 “음주운전에 관한 군민들의 의식이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친구나 택시기사 등 대리운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군내 적발건수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단속에 나서게 된다. 올 겨울 음주단속 경찰관들을 만나면 당당히 창문을 내리고 힘껏 불자. 술 약속이 있다면 차량은 집에 두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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