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화장장 반대가 왜 님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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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웅]화장장 반대가 왜 님비인가?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3.08.0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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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순창읍 금산골프장 확장에 이어 풍산면 화장장 건립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황숙주 전 군수 때부터 추모공원을 추진해오다 최영일 군수가 추모공원 설치를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한 후 풍산면이 대상 부지로 떠올랐다. 그런데 추모공원만 짓는 것이 아니라 화장장까지 건립하겠다고 공식화하며 풍산면민뿐 아니라 예정지 인근의 옥과면까지 현수막 등을 걸고 반대에 나섰다.

이를 두고 님비 현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고, 최근에는 추진부서 과장이 자기 생각을 언론에 기고하며 반대 주민의 생각을 님비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님비(NIMBY)는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는 안 된다는 정도의 지역이기주의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군에서 추진하는 화장장을 반대한다고 단순하게 님비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공공이익을 앞세울 수 있는 상황으로 여겨지면 님비라는 용어가 반대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비난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된 것은 아닐까?

용어의 뜻을 떠나, 화장장이라는 시설을 놓고, 순창군에 화장장이 정말 꼭 필요한지부터 치열하게 고민한 것일까? 현재까지는 군이 화장장이 꼭 필요한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최영일 군수는 화장장을 만들려는 이유로 1년에 300곳 가량, 지역 주민 장례에 조문 하는데 가는 곳마다 상주들이 화장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 해도 군이 주민 찬반이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삽시간에 추진하는 것에 놀랍다.

군은 화장장 설치 근거의 하나로 장사시설 관련 용역 결과를 들고 있다. 용역에 따르면 대다수 주민이 장사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설문에 반대할 주민은 많지 않다. 내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내 집 옆에 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답변하기 때문이다. 군이 진실한 주민 여론이 궁금했다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내 집 옆에 화장장이 생긴다는 전제로 물어야 한다.

군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쌍치·복흥 장례식장 건립을 추진하며 경험했다. 당시 두 지역 모두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막상 추진하려고 하니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군은 화장장 설치 타당성이나 이유나 논리, 여론을 떠나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례문화 변화에 따라 화장장 설치를 찬성하는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화장장은 광역시설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비를 지원받아 화장장을 설치한 후, 대다수 군비로 투입해야 하는 화장장 유지비나 운영비가 막대하고, 계속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 현실에서 이용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수 십 년 후에는 흉물이 될 수도 있다.

군은 이미 설치 운영 중인 인근 자치단체의 화장장을 공동 이용했을 때와 군이 단독 설치하고 운영할 때의 장단점과 비용 등을 보다 더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한 후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필요한 시설이니 반대하는 주민들을 님비라며 이기주의자처럼 내모는 것이 옳은가? 오히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의 횡포는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조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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