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화장장이 드러낸 주민자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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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화장장이 드러낸 주민자치의 민낯
  • 김효진
  • 승인 2023.08.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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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풍산 두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풍산면 이장단

집에 낯선 이가 방문했다. 외양을 훑어보고는 어떻게 오셨냐며 집에 방문한 목적을 묻는다. 간혹 방문자 속엔 오랜 연을 맺었으나 잊고 지냈던 귀한 손님이 오기도 하고, 가끔은 업을 쌓은 이력으로 해코지하러 온 자일 수 있다. 들여서 차라도 대접할지, 적당히 둘러대 내보낼지는 묻고 따지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다 가끔 답변이 횡설수설하거나 거수자로 의심되는 자가 나타나면 가까운 파출소에 알리면 그만이다.

소문이 크게 돌아 알겠지만, 풍산면에 화장장이라는 고약한 손님이 방문했다. 군수가 들고 온 보따리가 선물이 될지 폭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선 묻고 따질 일이다. 헌데 풍산 이장들의 태도가 묘하다. 중립이란다. 제집에 든, 행색이 묘할 뿐 아니라 속조차 알 수 없는 이를 들이지도 내쫓지도 않은 채 중립이라면, 집안의 안위는 대체 누구에게 내맡긴 것인지 모르겠다. 어디 이장단뿐인가. 명색이 무색하게도 면민회와 주민자치위원회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물어도 모자랄 판에 부끄러움조차 없다.

 

#리장과 군수, 그리고 면장

화장장에 대한 군청의 주민설명회가 끝나자, 풍산 이장단에서는 각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돌려 찬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현 풍산면장은 순창군 리 하부조직 운영에 관한 조례 제11-단체행동 금지조항을 내밀며 이장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 이후 이장단은 이장 회의에서 화장장에 관해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한다. ‘늘공이라 불리는 공무원들도 노동삼권을 보장받으며 노조를 만드는 판국에, 사문화된 조항을 붙들고 이장들을 협박하는 면장이나, 주민자치 시대에 살면서도 아직 말단 공무원임을 부정하지 못한 채 옹송그리고 앉아 있는 이장들의 모습은 역겹다 못해 안쓰럽다.

물론, 군수-면장-리장으로 이어지는 종속적 행정편제와 법정리 하부조직이라는 족쇄로 행정리 마을 이장은 마을주민들의 대표성을 갖되 법적 지위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연유인지 사석에서 만나는 일부 이장들은 아직도 군수 눈치, 면장 눈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군수 면장에게 차릴 체면은 있고 마을 주민들에게 차릴 체면은 애당초 없단 말인가. 풍산면에 닥친 현안을 두고 주민들의 뜻을 모아 엽렵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이장이 되려 남일 마냥 무관심하거나 눈치나 보고들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그들의 중립은 허울일 뿐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한편에선 주민자치회 설치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직접 민주주의를 일상으로까지 끌어들이고 있건만, 유독 풍산면을 비롯한 순창군만 과거 권위정치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화장장 문제, 꼼수가 아닌 원칙으로 풀어야

풍산을 벗어나지 않다 보니 읍내 대처 소식에 어두웠다. 그런데 최근 나도는 풍문에 의하면 풍산 예정 부지에 화장장을 대체하여 추모공원을 추진한다느니, 애초부터 화장장은 버릴 패였고 추모공원이 목적이었다느니 말들이 많은가 보다. 군수의 속내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의 주장은 한결같다. 주민들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풍산 화장장 계획은 전면 무효다.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면 된다. 그게 화장장이든, 추모공원이든 간에 말이다.

우선 군민들에게 순창군에 화장장이 필요한지, 본인이 사는 곳에 화장장(추모공원)을 설치하는데 동의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선행한다. 그리고 시설 부지를 공모를 통하여 선정하는 등 군민 누구든 동의하고 수긍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를 갖추면 될 일이다. 쉬운 길을 두고 에둘러 가거나 정도 아닌 길을 가면 탈이 나는 법이다.

어려울수록 꼼수가 아닌 원칙을 택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그것이 화장장 문제로 내동댕이쳐진 주민자치를 회복하고 주권재민의 원칙에 부합하는 길이자, 상처 입은 풍산 주민들을 그나마 위로하고 군정의 주인인 군민을 모시는 군수의 온당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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